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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순풍은 약해지고, 역풍은 거세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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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순풍은 약해지고, 역풍은 거세지고

입력
2018.01.03 1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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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 경제는 뜻밖의 수출 순풍을 맞아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했으며,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 비중은 3.6%로 세계 6위에 이르렀다. 금년도 세계경제는 작년과 비슷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는 수출주도로 3%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3.2%로 추정되는 작년 성장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성장률은 IMF가 예측한 2017년 세계 경제성장률 3.6%보다 낮다. 다음으로 2016년 성장률에 대비하여 작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0.4%포인트 상승했으며, 특히 선진국 성장률이 0.5%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016년 2.8%에서 2017년 3.2%로 0.4%포인트 상승한 것은 세계경제의 순풍을 따라간 것이지 특별히 돋보이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금년 수출 순풍이 약해질 게 분명해 보이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 무역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네델란드 전문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2016년 3.6%에서 2017년 4.3%로 급증했으나 2018년 4.0%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작년 국제 원유가격이 약 14% 상승하였으나 2018년에는 상승 폭이 미약하리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우리나라 올 수출 증가에 가장 큰 위협은 작년 우리 수출 증가의 44%를 차지했던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올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D램 세계시장은 2017년 74% 성장하면서 가격을 85% 상승을 기록했으나, 금년 시장 성장률이 작년의 4분의 1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상승폭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

금년 우리 수출이 직면할 가장 심각한 역풍은 원화 강세 흐름으로 예상된다. 작년 원화 환율은 달러 대비 13%, 위안화 대비 6%, 엔 대비 9% 강세를 기록했으며, 이 강세 흐름은 최소한 금년 상반기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원화 강세는 대략 6개월 시차를 두고 수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적으로는 이미 경기상승 흐름이 꺾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3월 과거 정점(2011년 8월)에 거의 근접했으나, 11월 현재 상당 폭 후퇴했다. 제조업은 9월 이래 3개월 연속 침체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 위축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자부품 제외할 경우, 11월 제조업 생산은 이미 7월 대비 1.9% 감소했으며, ‘16년 11월 대비 2.5% 감소한 수준의 침체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18년 경기 하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년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3% 성장률의 가능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금년 우리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과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어떤 관점이나 측면을 위주로 보느냐에 따라 미래를 향한 우리의 선택이 달라지고, 그 선택의 결과는 우리 삶의 미래 모습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년 우리 경제는 순풍은 약해지고 역풍은 점차 거세짐에 따라 작년과는 상당히 다른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바람이 여하간 한국 경제는 고령화의 먼 길을 가야 한다. 바람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대안은 배를 단단히 보수하고 노를 더 힘껏 젓는 길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려워질 미래를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땀과 고통을 요구하지 않는 준비는 말 잔치일 뿐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보고서에 불과하다. 2018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른 현재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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