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09.11 20:00
수정 : 2017.09.11 21:46

유리가루 차단 일체형 주사기, 중증 환자ㆍ어린이에게 권장

등록 : 2017.09.11 20:00
수정 : 2017.09.11 21:46

주사제 50%가 유리앰플 형태…미세유리 인체 유입 불가피

파편 인체에 쌓이면 질환 유발…주사제 사용 많은 환자 주의

주사액이 담긴 유리앰플을 개봉할 때 미세한 유리파편이 불가피하게 주사액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경우 자칫 정맥염이나 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주사액이 담긴 유리앰플을 개봉할 때 미세한 유리파편이 주사액에 들어가는데, 동물실험 결과 혈관을 통해 들어간 유리파편들이 폐ㆍ간 등 여러 장기에서 발견됐다.”(지상파 TV 시사 고발프로그램) 인체의 혈관에 들어간 유리파편들이 정맥염ㆍ패혈증 등을 일으킨다는 의학계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도 유리앰플을 개봉할 때 주사액에 들어갈 수 있는 유리파편에 대해 경고했다. 하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아직도 일반 주사기로 인체에 약물을 투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사액이 든 유리앰플은 무균적 보관이 용이하고 1회량 단위로 편리하게 쓸 수 있어 1886개발 이래 100여년 간 널리 쓰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리앰플 개봉 때 유리가루 섞여

주사제는 유리앰플과 바이알(고무마개 등으로 주사액 충진), 프리필드시린지 등 3가지가 있다. 주사액 가격이 3,000원이 넘으면 바이알이나 프리필드시린지를 사용하게 된다. 프리필드시린지는 1~2%의 약제를 추가로 넣기에 약제 가격이 비쌀 때 주로 쓰인다. 최근 나오는 백신은 대부분 이들 두 가지 타입으로 유리조각이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면 유리앰플의 경우 앰플을 깨뜨릴 때, 주사기로 주사액을 옮길 때, 주사기 내 공기를 빼기 위해 주사액을 내뿜을 때 등에서 소실되는 주사액을 40%로 산정해 약제를 그만큼 더 넣어야 하므로 주사액이 비싸지 않을 때 주로 쓰인다. 주사제 가운데 국내에서 유리앰플을 사용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1886년에 개발된 유리앰플은 주사액의 산소접촉 방지력이 뛰어나 주사액이 잘 변질되지 않고 생산원가도 바이알의 30~50% 정도 싸다. 또한 무균적 보관이 용이하고 1회량 단위로 편리하게 쓸 수 있어 지난 100여 년 간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유리앰플을 자를 때 미세 유리가루가 생겨 주사액에 불가피하게 들어가는 단점이 늘 지적됐다. 고온 밀봉과정에서 팽창했던 앰플 내부 공기가 다시 대기온도로 냉각되면서 진공이 약간 생기고, 개봉할 때 미세한 유리가루가 주사액에 섞이는 것이다.

유리가루의 인체 유입 위험성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의대 동물실험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이 토끼에게 유리조각으로 오염된 정맥주사를 매일 투여한 결과, 32일째 폐 모세혈관에서 유리조각이 나왔으며, 폐 모세혈관과 정맥 충혈, 혈전 및 무기폐 소견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유리앰플을 자를 때 유리조각이 섞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10㎖ 유리앰플의 경우 유리조각의 주사액 혼입비율이 100%였고, 평균 유리조각 수는 101개이며, 최대 유리조각 크기는 534㎛였다. 사람의 폐 모세혈관 지름이 10㎛라 이보다 큰 녹지 않는 이물질이 인체에 쌓이면 폐색전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인체에 흡수된 유리파편은 가장 먼저 폐에 이르고 이어 간 등을 거쳐 콩팥으로 간다. 유리파편이 폐 콩팥 골수 뇌 등에 축적되면 내피세포를 손상해 혈전이나 육아종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유리파편이 혈관 내 유입되면 미세혈관을 막아 신생아괴사성장염은 물론 유리파편에 박테리아 오염이 일어나면서 패혈증도 일으킬 수 있다.

전문의들은 “유리앰플 주사제를 많이 사용하는 중환자실, 신생아치료실 등에 장기간 입원하고 있는 환자는 유리파편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정맥투여를 하는 어린이나 항암제를 쓰고 있는 환자군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서 신생아 집중치료처치실 환자, 소아ㆍ성인 중환자실 환자, 암환자 등 중증 질환자 및 중증 수술환자는 우선적으로 필터주사제(일체형 주사기를 이용한 주사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주사기로 약물을 흡입할 때 필터로 유리조각을 걸러주는 일체형 주사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리가루 막는 ‘일체형 주사기’ 나와

유리조각이 인체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대안이 ‘일체형 주사기’(혹은 필터형 주사기)다. 주사기로 약물을 흡입할 때 필터가 유리조각을 걸러 줘 인체 유입을 막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미국병원약사회(ASHP)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2002년부터 유리가루 혼입을 막는 일체형 주사기 사용을 권하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 암환자, 중증 수술환자 등에게 권장했다.

199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일체형 주사기가 나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체형 주사기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와 일반 주사기보다 10배 이상 비싼 탓에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주사기는 주사기로 약물을 빨아들일 때 이물질을 걸러내는 주사기 바늘을 쓰고,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할 때는 다른 바늘을 끼워 사용하므로 주사 한 번에 바늘이 두 개 필요하다. 바늘을 교체할 때 바늘에 찔릴 위험이 있다. 반면 일체형 주사기는 주사기 내에 필터가 장착돼 약물을 빨아들이고 주입할 때 바늘을 갈아 끼울 필요가 없다. 일체형 주사기 제조회사 관계자는 “일체형 주사기는 바늘을 1개만 써도 되므로 번거롭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고 바늘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체형 주사기 가운데 일부 제품에서 주사기의 필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자체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일반 주사기를 사용하면 유리앰플 개봉 시 생긴 미세한 유리조각이 자칫 몸 속으로 들어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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