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4 17:39
수정 : 2017.05.14 17:39

[해외석학 칼럼] 유럽으로 돌아온 프랑스

등록 : 2017.05.14 17:39
수정 : 2017.05.14 17:39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의 모든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승리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 걸쳐서 상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우선, 마크롱의 승리는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파고와 단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이후 포퓰리즘은 유럽연합을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기세였다. 마크롱의 승리가 포퓰리스트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지만, 그와 같은 흐름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포퓰리즘이 억제되었다는 사실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는 좋은 징조다.

마크롱의 당선은 그 자체로 프랑스를 보는 세계의 시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마크롱의 전임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통치 시절에 프랑스는 외교적 적극주의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교도의 팽창을 저지하는 싸움(특히 말리와 IS)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 했다. 하지만 올랑드는 카리스마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그의 외교적 적극주의는 프랑스 경제를 비틀거리게 했고, 결국 세계 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약화시켰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유럽 차원에서 명백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불균형이 점점 커지면서 프랑스가 독일의 (EU에 대한) 긴축정책 방침을 거스르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나는 올랑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의 고문역을 맡았을 때 이를 직접 목격했다.

마크롱의 장점 중 하나는 그가 핵심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 맞서는 프랑스의 정책을 변경하려면 프랑스의 경제를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프랑스 내부 문제임에도 유럽을 공격하고 EU를 비난하는 것으로 돌리려는 많은 좌파 지도자들과는 달리 마크롱은 강력한 구조개혁을 이행하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프랑스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 프랑스는 평균 이하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고, 실업과의 전쟁에서도 허약한 정책만 선보이고 있다.

마크롱이 신선한 것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논쟁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다. 대부분의 다른 정치 지도자들이 유럽을 옹호하는 것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크롱은 대대적인 경제개혁이 없을 경우 유럽에서 프랑스 위상을 변화시키거나 프랑스와 독일 관계에서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마크롱의 당선이 프랑스와 독일 간 모든 불협화음을 마술처럼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유로존의 경제정책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양국 견해 차이는 현격하다. 그리고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는 독일보다 훨씬 더 연방주의에 기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유로존 예산’이라는 걸 확보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은 단순히 유럽통화기금(EMF)과 같은 걸 선호한다. 독일인들은 ‘유로존 예산’을 만드는 것에 손을 담그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유럽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엮이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강력한 유럽의 통합을 지지한다. 그는 이것만이 EU 정책 입안에 있어서 독일의 옥죄기를 좀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등 그의 전임자들과는 달리, 마크롱은 단순히 프랑스와 독일 간 외관상 균형을 맞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프랑스의 경제적인 힘을 강화해 실질적인 균형을 이루는 것을 꿈꾸고 있다. 프랑스가 진정으로 마크롱의 리더십 하에서 (경제적으로) 반등하게 된다면, 독일과의 관계는 훨씬 긴밀하고 팽팽한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크롱의 관점에서 볼 때 독일이 변하는 것을 원한다면 프랑스가 변해야 한다. 프랑스가 시급한 개혁 작업을 실행하게 되면 마크롱 정부는 독일에 최종적으로 EU의 경제 불안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단의 증거로 마크롱은 아마도 6월 새로운 의회 선거가 끝나면 프랑스의 노동관계 법규 개혁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개혁안이 통과된다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고, ‘병든 프랑스’라는 이미지를 분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이 마크롱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있더라도 러시아와의 관계와 같은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도 대처할 필요가 있다. 마크롱은 다른 대통령 후보들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용감히 맞서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친러시아적인 데다 강한 자에게 끌렸던 프랑스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은 매우 오래된 나라의 매우 젊은 리더로서의 위치를 기회로 잘 활용할 것이다. 프랑스를 위한 비전과 수정처럼 투명한 친 EU 의제를 동원해 마크롱은 유럽의 경제를 회생시키고 프랑스와 독일 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프랑스가 외교와 군사 문제에서 유럽의 리더로서 역사적인 역할을 회복하도록 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더욱 강한 유럽이 출현할 것이고, 이는 전 세계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자키 라이디 파리정치대 교수ㆍ 마뉘엘 발스 전 프랑스 총리 정치고문

ⓒProject Syndicate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문준용 의혹 조작 시인한 국민의당, 당 존폐의 기로에 섰다
바른정당 첫 여성 대표… 지방선거ㆍ지지율ㆍ당 화합 ‘3과제’
외모에 고민 중인 딸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
증언거부권 논란 재연된 박근혜 재판
“이 번호 너지?” 휴대폰 주소록 무단공유 ‘콜앱’ 주의보
‘태국 여행 푸잉 공략방’? 오픈채팅방서 오가는 성매매 원정 정보
“똥도 이식”… 건강한 사람 대변 이식해 장염 치료

오늘의 사진

전국지자체평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