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케인 부통령 후보 공식 지명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성향
플로리다서 클린턴과 첫 공동유세
유창한 스페인어로 히스패닉 결집
양당 부통령 후보 연배ㆍ경력 유사
펜스는 공화당 집토끼 단속 역할
케인은 저학력 백인층 끌어올 듯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팀 케인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한 뒤 공동 유세전으로 바람몰이에 나섰다. 케인 의원은 3대 경합지 중 한 곳인 플로리다에서 유창한 스페인어로 히스패닉 유권자를 사로잡아, 향후 선거전에서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과 케인 의원은 23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플로리다 국제대학에서 열린 유세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클린턴이 전날 케인 의원을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 낙점한 후 ‘정ㆍ부통령’ 후보 자격으로 첫 공동 출격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케인 의원을 “(공화당의 정ㆍ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와는 완전히 다른 후보”라면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케인 의원은 유창한 스페인어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철강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시장, 주지사를 거쳐 상원의원에 이른 삶을 궤적을 전하며 “앞으로도 옳은 일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케인 의원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리치먼드대 로스쿨 교수를 지낸 법률가로, 말과 행동이 부드럽고 신중하다. 하지만 주요 법안에 대한 투표성향 등을 분석하면 총기휴대, 동성결혼, 경제정책 등에서는 매우 진보적이다. 다만 주지사 경험을 거치면서 낙태, 총기휴대에서는 온건한 진보 성향을 보이며, 국방력 강화와 같은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공화당과 같은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향후 대선 과정에서는 케인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의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단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를 클린턴 전 장관에게 결집시키는 일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13석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걸린 경합지 버지니아 주에서 민주당의 확고한 우위를 구축하는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인 노동자 가정 출신이기 때문에 트럼프로 기운 저학력 백인 남성 표심을 끌어오는 일도 맡겨질 수 있다. 그러나 ‘무난한’ 중도 이미지 때문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지지 계층의 이탈을 유도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케인 의원의 맞상대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와의 대결 또한 이목을 끌고 있다. 연배와 성격, 경력이 비슷한 데다 주어진 역할 또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두 사람이 서로 치고 받는 ‘투견 역할’(attack dog role)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의 한 선거전문가도 언론 인터뷰에서 “힐러리와 트럼프의 토론은 액션영화 같겠지만, 케인과 펜스는 공영라디오 프로그램과 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펜스 지사의 경우에도 대표적인 공화당 주류 인물로 집토끼를 단속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연 확장보다는 트럼프를 불신하는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지지거부 등 지난 주 전당대회에서도 내분 상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당내 주류인사와 두루 교분이 깊은 펜스 지사의 존재 자체가 트럼프 진영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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