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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의지 표명… 구체적 이행 방법은 북미회담으로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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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의지 표명… 구체적 이행 방법은 북미회담으로 넘겨

입력
2018.04.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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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조치 책임ㆍ역할 다할 것”

남북 정상간 첫 비핵화 합의 성과

‘한반도 비핵화’ 北 기존 주장 비슷

“만족할 합의는 아니다” 지적도

“북미회담 성공 여건 조성 기여”

“美 매파, 여전히 의문 가질 것”

남북이 ‘북미관계에 종속’ 우려에

선언문 끝에 비핵화 문구 넣은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포옹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포옹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애초 한반도 비핵화 의제와 관련한 남북 간의 합의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었다. 비핵화와 그 반대급부인 체제 안전 보장은 결국 북미가 교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단 비핵화를 명시한 문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것 자체가 나름 성과로 볼 수 있다. 선언문을 보면, 비핵화 관련 합의는 세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하는 한편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대한 조치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각기 자기 책임과 역할을 다하며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남북 정상이 채택한 합의문에 비핵화 표현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과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당시엔 정원식 국무총리와 연형묵 북한 정무원 총리가 서명했었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첫 핵 관련 합의인 2007년 10ㆍ4 정상선언과 비교해봐도 성과는 확연하다. 당시 합의는 “남북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ㆍ19 공동선언과 2ㆍ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함께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함께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남북 양 정상의 의지를 구체적ㆍ명시적으로 확인했다는 게 청와대의 자평이다. 청와대는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실현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여건 조성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처음 비핵화를 의제로 본격 논의를 벌인 만큼 북한 최고지도자의 비핵화 의지를 공동선언문에 적시하기만 해도 상당한 성과라는 건 회담 전부터 나온 주장이었다. 그런 만큼 북미 ‘길잡이 회담’이라는 한계 속에서 청와대가 최선의 결과를 얻어냈다는 옹호론이 적지 않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공동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데에 동의한 건 그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한다”며 “이미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 접촉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룬 걸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비핵화 대상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데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회담 성공의 기준으로 제시한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도 제대로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 원칙에는 합의하면서도 구체적 이행 방법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핵화 대상을 북한으로 특정하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넣으려는 남측과 북측의 반대 입장이 맞서면서 ‘북측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식의 에두른 표현으로 타협이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북한이 누차 이야기해 온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유사하다”며 “북한의 입장을 남한이 수용한 듯하다”고 혹평했다.

다만 문구에 집착하기보다 회담의 성격과 선언문의 논리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예상과 달리 선언문 맨 끝에, 그것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조항의 하위 항목으로 비핵화 합의가 처리된 데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 변수가 돼선 안 된다는 남북 정상의 공통 인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남북 정상의 의지와 대(對)국제사회 메시지가 선언문에 논리적으로 구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데다 그걸 남북 정상이 확인한 만큼, 한국이 보증할 테니 국제사회도 남북의 노력을 믿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보상 조치에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가 선언문에 포함돼 있다”고 해석했다.

일부에선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는 대목을 놓고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나 핵우산 제공 중단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 과정에 따라 우리가 취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했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놓고선 긍정론과 회의론이 엇갈린다. 박원곤 교수는 “과연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는 원론적 차원의 문제 제기가 미 강경파들에 의해 제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내다본 반면, 김동엽 교수는 “최근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미 선언문에 대한 한미 간 조율을 끝낸 상태인 걸로 안다”고 낙관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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