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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는 뭐니 뭐니 해도 쾌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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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는 뭐니 뭐니 해도 쾌감이죠”

입력
2018.08.15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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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퀴즈를 40대 이상이 즐겨 봐

유익ㆍ재치있는 문제 출제가 중요

내가 맞혔다는 지적 쾌감과

모르는 사실 알았다는 만족감

시대가 바뀌어도 퀴즈 찾는 이유

2016년부터 '도전! 골든벨' 제작을 맡아 온 이병창 PD는 "퀴즈 프로그램의 묘미는 '내가 알고 있다'는 지적인 쾌감"이라고 말한다. 이병창 PD 제공
2016년부터 '도전! 골든벨' 제작을 맡아 온 이병창 PD는 "퀴즈 프로그램의 묘미는 '내가 알고 있다'는 지적인 쾌감"이라고 말한다. 이병창 PD 제공

“자 최후의 1인이 남았습니다. 과연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요?”

‘엄친딸ㆍ엄친아의 산실’로 불리며 기업ㆍ대학ㆍ교회의 주요 이벤트 단골 프로그램으로 벤치마킹 됐던 KBS의 ‘도전! 골든벨’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퀴즈프로그램이다. 매주 1회씩 어김없이 고등학생 100명이 강당에 앉아 화이트보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모습은 ‘퀴즈쇼’를 상상하면 자연스레 떠 오르는 익숙한 풍경 중 하나다. 12일 방송으로 909회째를 맞으며 국내 최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부터 제작진에 합류해 현재는 고참이 된 이병창 PD에게 ‘도전! 골든벨’에 대해 물었다.

-최후의 1인은 정말 전교 1등이 많은가?

“성적을 확인해 본 게 아니라 정확하진 않지만 안 그런 경우가 아주 많다. 학교 측에서도 ’이 학생, 이 학생이 잘 할 거다’며 성적 좋은 친구들을 은근슬쩍 알려주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학생이 마지막 1명으로 남을 때가 많다. 최후의 1인이 남으면 학생의 가족에게 녹화장으로 와서 응원해 달라고 부탁도 드리는데 제작진 말을 못 믿다가 현장 와서 자기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는 부모님을 많이 봤다. 국영수 위주의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단편적인지를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을 한다.”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주로 공을 들이는 부분은

“보통은 녹화 1개월 전쯤에 PD와 작가가 해당 학교를 방문한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 미리 받은 참가 신청서 130장 안팎을 살펴본 후에 학생들 1명 1명을 일일이 인터뷰한다. ‘너는 TV에 나오면 뭘 보여 주고 싶니’ ‘너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니’ 하고 묻는다. 대게 9시쯤 시작해서 해가 져야 끝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퀴즈 프로그램이 마찬가지겠지만 고등학생 100명에게 문제 50개만 던져주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는 없다. 인간적인 이야기가 안 들어갈 수가 없다. 우리 프로그램은 특이하게도 고등학생이 주 출연자이면서 주 시청 층은 40대 이상이 많다. 그래서 서로 다른 세계관의 간극을 좁혀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부모님과 있었던 갈등, 짝사랑 하는 여학생 이야기 등 온갖 사연이 나온다. 퀴즈 50개를 푸는 과정에서 잘 녹여 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의 기본이자 어디까지나 제일 중요한 것은 출제다.”

-벌써 20년 가까이 해 왔는데 문제 내는 노하우는?

“피디와 작가 등 10여명의 제작진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부분이 ‘유익하면서도 재치 있는 50문제’를 선정하는 데 있다. 알아봐야 쓸모 없거나 물으나 마나 한 문제,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 모두 안 된다.

보통 작가 한 명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굉장히 힘들게 50문제를 일단 만들어 낸다. 초안이 만들어지고 나면 문제가 적절한지를 담당 PD와 함께 다시 검토하고 그 다음에 제작진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3시간 이상 회의를 한다. 난이도, 재치, 분야별 구성, 문제의 문구 등 종합적인 검토가 끝나면 장르별로 나눠서 대학 교수 등 각 담당 분야 전문가에게 보내 감수를 받는다. 문제와 답이 학문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용어는 적절한지 등을 검토 받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최근 5년 이내에 출제 됐던 문제는 절대 내지 않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녹화는

“2016년 추석 특집으로 나갔던 남인천고 편이다. 고등학생이지만 머리가 하얀, 평균 연령 60세 안팎의 만학도 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이분들 대부분이 6ㆍ25 전쟁 당시에 유년 시절을 거쳤던 분들로 집안 형편이나 사회적 상황이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여건이었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도 학생들에게 녹화 날은 소풍이나 체육대회 못지 않은 큰 이벤트가 된다. 뒤늦게 배움을 다시 시작한 분들이 가진 큰 소원이 수학여행을 가는 것과 ‘도전! 골든벨’에 한번 나가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퀴즈의 묘미가 뭐라고 생각하나

“퀴즈 프로그램만이 가지는 전통적인 매력이 있다. 문제가 딱 출제 됐을 때, 내가 그걸 ‘알고 있다’는 지적인 프라이드를 채워주는 그 쾌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몰랐지만 알아 둘 만한 걸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만족감을 준다. 모든 종류의 퀴즈 프로그램이 그걸로 살아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 쾌감이 없다면 100명의 고등학생 중에 누가 맞히든 무슨 관심이 있겠나. 시대가 바뀌고 형태가 바뀌어도 퀴즈라는 장르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것도 그 쾌감 때문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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