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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투표소에서 곧바로 손으로 개표하자고?

입력
2017.01.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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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 사진. 한국일보 자료 사진
개표소 사진. 한국일보 자료 사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소에서 손으로 개표를 하자는 ‘수 개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수 개표 도입 필요성은 그 동안 종종 있어 왔지만 최근 주요 정치인들이 직접 나서면서 새삼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 개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송 의원 측은 “현재 법안에 참여하기로 한 의원이 15명을 넘어섰다”며 “주말까지 30명을 확보해서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야권의 대선 예비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올해 대선에서 수 개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수 개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개표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때문입니다. 현재 개표 방식은 ‘집중 개표’ 방식입니다. 전국 1만3,000여 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면 투표함을 전국 252개 개표소로 옮기고, 거기서 개표를 합니다.

개정안은 집중개표 방식이 아닌 투표소에서 직접 개표하는 분산 개표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 제3자의 개입을 막을 수 있고, 이송 시간을 절약해 개표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송 의원의 설명입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한 개 투표소에서 평균 약 3,000~4,000표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개표를 할 경우에 2,3시간이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하나는 현재는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분류기는 투표 용지에 새겨진 ‘人’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해서 분류를 하고 이상이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 다시 한 번 개표 요원의 손과 눈을 통해 재확인하는 방식인데요. 투표 분류기를 쓸 필요 없이 사람 손으로 직접 투표 용지를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3일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개정안 발의에 맞춰 내부적으로 수 개표 도입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수 개표 도입 움직임에 대해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선관위는 투표 용지 분류기를 활용한 자동 개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여 왔습니다.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이전 선거보다는 좀 더 빠른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는 판단으로 더 빨리 결과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물론 속도 못지 않게 정확성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ICT(정보기술)를 활용한 선거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키르기스스탄 등 다른 나라에 기술 전수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곳곳에서 그런 자동 개표 시스템에 대해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지난 18대 대선의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재명 시장도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 대해 “1960년 3ㆍ15 부정 선거에 버금가는 부정 선거이며 많은 국민이 전산개표 부정 의심을 하고 있고 그 의심을 정당화할 근거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강동원 전 의원 등 투표소 수 개표를 위해 투쟁하는 많은 분들을 응원한다”라고 적었습니다. 선관위는 “투표 부정 의혹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앞선 IT 기술을 활용한 개표 시스템이라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적용되다 보니 그 정확성에 대한 의문 제기가 이어지고 차라리 손으로 개표를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송 의원은 “투표소 수 개표 방식은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예를 들며 “지금도 법원에서 재검표를 실시할 때는 수작업으로 개표를 진행하고 있을 만큼 투표소 수 개표가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수 개표가 자동개표보다 오류가 더 많을 수 있고, 전국 개표소를 모두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개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수 개표 도입 여부는 송 의원이 발의할 법안의 운명에 달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개표를 도입하자는 이 시도가 국회 안팎에서 얼마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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