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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쪽이 맛있어졌다… 호텔 레스토랑 파먹기

입력
2017.05.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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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쪽에 화제의 호텔 두 곳이 문을 열었다. 123층, 555m 높이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76~101층을 사용하는 ‘시그니엘서울’, 그리고 W서울워커힐호텔이 SK네트웍스 토종 브랜드로 재개장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이다. 각각 지난달 3일과 13일에 개장한 두 호텔 대표 음식점들의 ‘맛’을 체험해 봤다. 보다 객관적 설명을 위해 셰프 장진모씨가 동행했다. 캐나다와 호주에서 요리 경험을 쌓고 한국에서 ‘앤드 다이닝’ 등 파인다이닝을 성공시킨 그는 요리사로서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으로 미식 여행을 다녀본 푸디로서 가감 없는 의견을 내놨다.

시그니엘서울이 굽어 보는 드넓은 서울 뷰

시그니엘서울 81층에 자리한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 전경. 시그니엘서울 제공.
시그니엘서울 81층에 자리한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 전경. 시그니엘서울 제공.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시그니엘서울로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1층에서 호텔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에는 시그니엘서울의 로비가 있는 79층, 연회장이 있는 76층,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선 81층 등 몇 개 층으로 가는 버튼만 있다. 레스토랑에 가려면 로비를 거치지 않고 81층으로 직행한다.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인지되는 고속 엘리베이터에서 순식간에 내리면 귀 속에 압력 차가 남아 다소 멍한 상태. 건물 중심부에 해당하는 엘리베이터 홀을 나서 복도를 따라 ‘비채나’‘바81’‘스테이’가 나란히 있다. 도착한 곳이 81층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은 창가 자리 테이블에 앉은 후부터다. 공기가 탁하다 보니 가시거리가 기대보다 짧았지만 모형처럼 보이는 잠실야구장과 올림픽주경기장, 그리고 실개천 같은 한강을 마주한 전망이다. 100석의 좌석이 마련된 홀 외에 서울 살롱, 파리 살롱 룸도 갖추고 있는데, 룸은 북쪽을 바라고 있어 한강 위주의 전망이다. 서울의 기상환경이 아쉬울 뿐, 그 어떤 레스토랑보다도 드넓게 서울을 굽어본다.

미쉐린 3스타 야닉 알레노의 ‘스테이’

셰프 야닉 알레노. 미쉐린 스타 여섯 개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16곳에 레스토랑을 갖고 있다.
셰프 야닉 알레노. 미쉐린 스타 여섯 개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16곳에 레스토랑을 갖고 있다.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 35층에는 미쉐린 3스타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 있다.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서 2스타를 받았다. 시그니엘 서울은 젊은 거장 야닉 알레노의 세컨드 레스토랑(셰프들이 상대적으로 간출한 음식 구성과 쾌활한 분위기로 내는 두 번째 레스토랑) ‘스테이’를 유치했다. ‘스테이’에 대한 장진모 셰프의 평은 단호했다. “아직 손에 안 익은 듯한 어수선한 서비스만 자리를 잡으면 최소 1스타 바로 받겠는데요? 2스타 이상입니다.”

세컨드 레스토랑은 허술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5.5m 층고로 훤하게 뚫려 있는 레스토랑은 바닥에 이탈리아산 카라라 대리석을 깔았고 멋진 패턴의 러그를 얹었다. 조명에 사용된 활기찬 노란색이 곳곳에 청량감을 더해준다. 서울이 아니라 세계를 표준으로 한 인테리어다.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의 호화로운 레스토랑 못지 않다. 인테리어를 놓고 보면 올해 ‘월드50베스트레스토랑’에서 1위를 차지한 “뉴욕 ‘일레븐 메디슨 파크’ 부럽지 않다”는 것이 장 셰프의 소감이다.

모던 프렌치의 정점을 보여주는 '스테이'의 음식.
모던 프렌치의 정점을 보여주는 '스테이'의 음식.

메뉴 구성은 합리적이다.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쉼 없이 영업하는 이 레스토랑의 가격대는 명성이나 화제성에 비해 덜 부담스럽다. 메인 요리 하나와 디저트가 제공되는 직장인용 런치 코스 ‘스테이 프린시플’이 5만8,000원이다. 디너 코스도 7코스로 이뤄진 ‘스테이 세븐’이 18만원이니 청담동 등지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비슷한 가격대다.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피에르 가니에르에 비해서는 훨씬 가벼운 가격이다. 단품 메뉴가 잘 갖춰진 것도 특색이다. 코스에 포함된 음식을 모두 단품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호텔을 찾는 사람들이 원할 법한 인지도 있는 와인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와인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와인 리스트에 대한 장 셰프의 촌평. 수백만원짜리 와인부터 5만원 내외의 무난한 와인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다.

모던 프렌치의 정수

야닉 알레노는 창의성, 대담함, 정교함, 영감, 감정이라는 다섯 가지 철학을 내세운다. 모던 프렌치로 정의되는 그의 음식은 ‘프렌치 프렌치(매우 프렌치답다는 의미)’이며 프렌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각 재료의 향을 제대로 살린 매우 완성도 높은 음식이다. 장 셰프는 “모든 재료가 완벽하게 조리돼있으며 저마다 갖고 있는 맛과 향을 오롯이 품고 있다”며 “재료와 소스가 기막힌 조화를 이뤄낸다”고 상찬했다. 몇몇 음식에서는 부족한 염도가 다소 아쉬웠다. 장 셰프는 “요즘 세계적인 경향이 저염”이라며 테이블에 놓인 소금을 권했다. 재료의 맛을 덮지 않을 정도의 약한 소금간이 추세라는 것. 테이블 위에 소금과 후추가 놓여 있는 것은 최근 몇 해 동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홀 한가운데 위치한 ‘패스트리 라이브러리’에서 파티셰가 즉석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광경 역시 이색적이다. 식사를 마친 후 꼬치에 꽂은 조그만 디저트들을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다. ‘디저트 천국’ 프랑스의 개성을 드러내는 구성이다.

시그니엘 서울 81층의 '바81'(왼쪽)과 '비채나' 전경.
시그니엘 서울 81층의 '바81'(왼쪽)과 '비채나' 전경.

야닉 알레노는 ‘스테이’ 뿐 아니라 연회장, 라운지 카페, 룸서비스까지 호텔의 모든 식음료를 컨설팅했다. ‘스테이’와 면해 자리한 ‘바81’에서도 그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와인과 위스키, 칵테일까지 폭넓은 주류를 다루는 ‘바81’에는 건물에서 유일한 흡연실이 있다. 석촌호수 방향을 바라보는 뷰는 밤에 더욱 빛난다. 임대 형태로 들어온 광주요 그룹의 한식당 ‘비채나’도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서 역시 1스타를 받은 이 레스토랑은 한남동에서 시그니엘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장소를 옮기며 인테리어와 메뉴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바꾸었다.

탁 트인 한강 뷰가 여전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

비스타 워커힐 서울 1층의 '리바' 전경과 보타니스트 진토닉. 사진 장진모
비스타 워커힐 서울 1층의 '리바' 전경과 보타니스트 진토닉. 사진 장진모

비스타 워커힐 서울 외관은 W서울워커힐호텔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가 변화의 시작이다. 회전문을 통과하자마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가져온 800년 수령의 올리브나무가 눈에 꽉 찬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치 앤 칩스’의 프로젝션 매핑(어떤 물건에 영상을 투사하여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 펼쳐진다. 플랜트 헌터 니시하타 세이준이 로비의 나무와 4층의 시그니처 보타닉 가든 ‘스카이야드’를 맡았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유키 구라모토는 이 호텔의 시그널 음악을 편곡했다.

W호텔의 ‘우바’는 서울 동쪽의 상징적인 바였으며, 상쾌한 칵테일 모히토를 유행시킨 발원지이기도 했다. ‘우바’는 ‘리바(Re: BAR)’로 개명하고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리뉴얼을 거치니 말끔한 모습이 되레 반갑다. 7가지 진을 사용한 진 토닉을 대표 칵테일로 내세우며 새로운 시그니처 칵테일도 두 종류 내놨다. 리뉴얼 콘셉트에 맞춘 ‘어반 가든’과 ‘스파이스드 포레스트’다. 강변북로와 한강을 넓게 내다보는 전망은 여전히 시원시원하다. 호텔 1층이지만 호텔이 자리한 곳이 아차산 자락 고지대이기 때문에 갑갑하지 않다. 잠실 방향 전망의 ‘델 비노’는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 차를 메뉴에 올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을 맞는다.

도심 속 리조트처럼 가족 행사에 제격, 일식당 모에기

일식당 ‘나무’는 ‘모에기’로 환생했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은 ‘자연과 사람, 미래가 공존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과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기치로 내세운다. 또 하나 살갗에 와 닿는 변화를 꼽자면 ‘도심에서 멀지 않은 가족형 리조트’인데 모에기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가족 모임을 할 때 호텔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일까? 고급스러운 재료를 사용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양으로 제공되는 음식이 기본 욕구 중 하나일 것이다. 장 셰프는 “모든 재료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수준의 고급”이라며 “모에기에서 쓰는 전복이나 가리비만큼 큼직한 것은 시중에서 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일식당 '모에기'의 에도마에 스시와 장어 요리. 비스타 워커힐 서울 제공
비스타 워커힐 서울 일식당 '모에기'의 에도마에 스시와 장어 요리. 비스타 워커힐 서울 제공

장 셰프는 “조리도 완벽하며, 정석보다는 가족 모임의 취향을 상당히 배려했다”고 했다. “일본의 정통 에도마에 초밥은 밥과 생선이 입 안에서 풀어지며 동시에 넘어가도록 밸런스를 맞추지만 모에기의 초밥은 생선이 좀더 많다. 호텔을 찾는 주고객층의 취향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음식’을 배제하고 ‘만족스러운 음식’에 방점을 찍었다. 격식과 전통을 중시하는 파인다이닝보다는 호사스럽고 풍족한 식사 경험을 더 중시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어린 아이까지, 폭넓은 고객층에게 낯선 음식을 가르치기보다는 누구에게도 후회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모에기'의 초밥 카운터에 앉으면 눈앞에 한강에 펼쳐진다. 사진 장진모
'모에기'의 초밥 카운터에 앉으면 눈앞에 한강에 펼쳐진다. 사진 장진모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로 꾸민 실내는 몇 개의 룸과 시원하게 뚫린 전망 바라보는 홀로 구성됐다. 창가 좌석을 예약하면 조그맣게 내려다 보이는 강변북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온화한 한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강이 펼쳐지는 초밥 카운터는 백미다. 밤에 특히 좋다. 요리사의 등 뒤로 한강의 야경이 펼쳐진다. 서울의 어떤 초밥 전문점에서도 보기 힘든 전망이다. 철판요리(데판야키)는 눈 앞에서 구워준다. 초밥 카운터와 별도로 철판요리 카운터를 따로 만들었다.

5월을 맞아 새로 생긴 호텔에서의 식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가족 모임으로는 비스타 워커힐 서울을, 연인과 함께라면 시그니엘서울을 택하겠다”는 장 셰프의 의견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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