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58%는 강의 전혀 안 해, 정부·기업에 로비스트 역할 의혹
국립대 초빙ㆍ석좌교수 3명 중 1명은 정치인, 기업인, 고위 관료, 군 장성, 언론인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생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지출되는 연봉으로 최고 1억원까지 받지만, 60%는 정규 강의를 단 한 시간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업적이 탁월하거나 사회발전에 기여한 인사를 임용해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초빙ㆍ석좌교수제가 사회 고위층의 ‘교수 스펙쌓기’ 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국 31개 국ㆍ공립대학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공립대학이 임용한 초빙ㆍ석좌교수 1,216명의 36%(442명)가 기업 임원(160명ㆍ13%), 고위 공직자(136명ㆍ11%), 정치인(44명ㆍ4%), 군 장성(51명ㆍ4%), 언론인(21명ㆍ1%) 출신이었다.
이들의 주당 평균 강의 시간은 2.5시간에 불과했고 58%(257명)는 전혀 정규 강의를 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성용락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임용했는데, 이들의 주당 강의시간은 ‘0’시간이었다. 전북대 석좌교수인 이홍훈 전 대법관, 김성중 전 노동부 차관도 강의를 하지 않았다.
서울대 초빙교수인 오정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강의를 하지 않았지만 7,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부산대 석좌교수인 김모 전 국회의장도 강의 없이 단독 연구실과 5,000만원의 연봉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교수 직함을 받는 대신 정부ㆍ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초빙ㆍ석좌교수는 정부의 대학 예산 배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로비스트 역할을 하거나 학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방패막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은 교수직을 주는 조건으로 후원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는 발전기금 명목으로 외부 단체ㆍ기업으로부터 초빙ㆍ석좌교수들의 임금을 지원받는데 서울대 동창회가 연봉 4,000만원을 지급하는 문창극 초빙교수(전 중앙일보 주필)와 방송문화진흥회가 연봉 5,000만원을 지원하는 정흥보 초빙교수(전 춘천MBC 사장)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창원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문병창 CK그룹 회장은 임용 5개월 전 학교 발전기금으로 3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배재정 의원은 “초빙ㆍ석좌교수를 임용할 때 인사위원회 심의 의무화, 최대 정원 설정, 연구 성과물 제출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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