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이원의 시 한 송이] 당신의 편지

입력
2016.12.25 16:24
0 0

천천히 헤아려 보아도 손가락이 남아요. 2016년도 꼭 한 주 남았네요. 여전히 어려운 시간이에요. 앓아누워 비몽사몽을 헤맬 때 삶은 장난감이기도, 보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였네요. 폐허를 보았고 폐허를 걸었고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네요. 폐허를 폐허로 남아있게 할 수 없다는 기척들이 앓아누웠던 시간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네요.

한 해라는 시간의 구획으로 가는 해 오는 해를 명명하는 것은 인간의 발명이지요. 겨울비 오는 초저녁, 빨간 신호에 멈춰 섰는데요. 건너편의 백화점 전체가 초록색으로 덮여 있더라고요. 초록 빛이 가득한 가운데는 리본이 달려 있었는데, 잠시나마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선물의 리본을 풀어보는 자가 되었어요. 이 땅은 폐허에 있고 이 땅의 우리는 폐허를 복구하려는 국민들인데요. 잠시나마 저런 빛이 담긴 선물 같은 시를 전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어요.

‘님의 침묵’의 시인, 한용운의 시를 2016년의 마지막 시로 골랐어요. 꽃밭에서 바느질로 약으로 나의 마음은 점점 더 간절해져요. 일상을 살아가려 애쓰지만 당신을 향해 깊어져가는 나의 마음을 당신이라면 모를 리 없고, 나는 당신의 편지를 열어봅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라면, 이 땅의 우리도 떼어보고 떼어보고 또 떼어보는 중입니다. 님이 쓰신 편지와 님인 척 쓰는 편지는 하늘과 땅 차이에요. 그래서 훨씬 더 극명한 티가 나지요. 진심, 진실, 우리는 이것을 구별하는 마음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님이 쓰신 편지가 슬픔과 분노의 땅에 곧 당도할 거예요. 그 사실을 믿고 같이 계속 당신의 편지를 열어봐요!

이원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