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원유공급 제한·금융제재 요구
윤병세 외교도 왕 부장에게 제재 요청
北 핵실험 후 동북아 외교지형 재편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외교지형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핵을 매개로 3각 안보체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북핵이 없던 지난 3년 간 경제 위주였던 동북아 외교가 안보 문제로 유턴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왕이(王毅)?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에)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별한 대북 접근법이 있었고, 우리는 중국에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자 그 동안 동의하고 존중해왔다”며 “그러나 중국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중국에 ▦북한 선박의 중국 내 입항금지 ▦북중 무역의 대폭 축소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05년 9월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돼 있던 북한 자산을 동결한 것과 유사한 대북 금융제재를 중국이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 선박의 입항 제한과 금융제재 등의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초안을 기안했다고 보도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를 갖고 강력한 대북 제제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외무장관 역시 이날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왕이 외교부장과 전화 회담을 하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3국이 같은 날 중국을 겨냥해 대북제재 외교에 나선 것은 실효성 있는 북한 제재를 위해 중국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한 때문이다. 북한은 유엔과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무역과 금융까지 중국을 우회해 거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고강도의 북한 제재에 동참할 지는 불투명하다. 북중 관계가 냉랭해졌지만 중국은 미일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맞서는 ‘완충지대’로 여기는 북한의 붕괴까지는 원치 않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비난하는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으나, 한반도 주변 국가의 공조 요청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날 한미일과 북한을 향해 상황을 악화시킬 행동의 중단과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예의 양비론을 반복했다. 왕 부장은 핵실험 이후 새로운 상황에 대해 “그 어떤 변화가 나타나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의 견지가 중국의 기본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입장과 달리 한미일 안보 공조는 가속화하고 있다. 북핵 실험 이튿날인 7일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각각 한미, 한일, 미일 간 전화통화를 잇따라 갖고 대북 공조를 확인했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도 추진되고 있다. 한미일은 8일에는 차관보급 화상회의(VTC)를 개최하고 앞으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를 긴밀히 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한일 국방장관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한미일 3각 안보체제 강화는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으로 중국과 미일의 패권 다툼이 치열한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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