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단독]지연이자 142억 횡령 변호사, 차명계좌 수십개 이용

알림

[단독]지연이자 142억 횡령 변호사, 차명계좌 수십개 이용

입력
2017.06.07 04:40
0 0

제대로 지급한 것처럼 보이려

운전기사에 카드 수십장 주고

2~3개월간 5만원권 인출 지시

뭉칫돈 결국엔 변호사 계좌로

기사 “칼로 긁고 복사 수차례”

지시에 따른 약정서 위조 인정

변호사 “빼돌린 적 없다” 부인

대구 K2 군 비행장 소음피해 주민들 몫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T법무법인 대표 최모 변호사의 차명계좌 46건 내역. 검찰은 최씨가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이 계좌들이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대구 K2 군 비행장 소음피해 주민들 몫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T법무법인 대표 최모 변호사의 차명계좌 46건 내역. 검찰은 최씨가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이 계좌들이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전투기 소음 피해 주민들 몫인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견 변호사가 약정서 위조를 지시하고 차명계좌 수십 개로 빼돌린 자금을 챙긴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내부자의 폭로성 검찰 진술이 결정적이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횡령뿐 아니라 탈세와 주가조작 등 추가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T법무법인 대표 최모(56) 변호사의 전 운전기사 이모(34)씨 검찰 진술서 및 최 변호사의 차명계좌 목록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2010년 말 대구 K2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확정으로 총 362억원의 배상액이 나오자 이씨 등 직원들과 그 지인들 명의로 차명계좌 수십 개를 확보했다. 이씨는 “저를 포함해 여러 사람의 계좌는 당시 본인 동의 절차 없이 갑자기 개설됐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가 타인의 현금카드를 20~30장씩 주며 현금인출기에서 5만원권으로 출금해 오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씨는 2~3개월 강남 일대를 돌면서 수십 개의 계좌에서 1일 출금 한도인 600만원씩 뽑았는데 그 금액이 하루에 수천 만원, 많게는 수억 원이나 됐다.

이씨는 우연히 차명계좌에 ‘T(법무법인 명)/판결금’이라 적힌 수십 건의 입금내역을 보고, 그간 황당한 심부름의 내막을 알게 됐다. 최 변호사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마치 소음 피해자들에게 배상 지연이자가 정상적으로 지급된 것처럼 썼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통해 뭉칫돈이 흘러 들어간 차명계좌 46건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차명계좌들을 관리한 직원의 장부에선 이씨 명의 2개 등 직원들 계좌가 다수 발견됐다. 이씨는 검찰에서 “그 돈은 최 변호사의 은행 금고 2곳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연이자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최 변호사 지시에 따라 직접 약정서 위조를 실행했음을 검찰에서 인정했다. 그는 “소음피해대책위원장들과 함께 작성한 약정서상 성공보수 ‘판결금 취득 총액의 15%’ 글 옆에 ‘와 이자로 한다’는 문구를 추가로 출력해 오려 붙였다”고 했다. 당초 약정된 성공보수가 적힌 원본에 이자라는 글자까지 추가해, 지연이자는 소음 피해자에게 나눠주지 않고 최 변호사가 성공보수로 모두 챙긴다는 식으로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티가 나지 않도록 칼로 긁어내고 여러 차례 복사했더니 최 변호사가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며 “위조 약정서가 오래된 종이처럼 보이게 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2004년부터 6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대구 소음피해 주민 1만여명에게 줘야 할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올 1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탈세와 주가조작 사건 연루 여부도 수사 중(본보 2일자 10면)이다.

최 변호사는 “소음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서 돈을 빼돌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패소한 지역 대표들에게 돈을 주려고 직원들 계좌를 사용했다. 내 계좌로 돈이 많이 거래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통보돼 당국의 조사를 받을까 봐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다음달 6일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지만 실제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위협 받으며 살아왔다. 이 사건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