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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들지 않는 민심, “인정에만 호소한 낙제점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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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들지 않는 민심, “인정에만 호소한 낙제점 담화”

입력
2016.11.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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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실책 반성은 전혀 없어”

“더 화나… 주말 집회 꼭 참석”

일부 장년층선 동정 여론도

4일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농락 사태에 두 번째 고개를 숙인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도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특검도 수용하겠다”며 용서를 구했지만 시민들은 “진정성 없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힐난했다. 온라인에서는 벌써부터 박 대통령 발언을 비꼬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최씨의 불법 행위를 몰랐다며 선을 그은 박 대통령 담화에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한 마디로 ‘사과를 가장한 변명’이란 얘기다. 주부 명모(36)씨는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은 다 빠지고 인정에만 호소한 낙제점 담화”라고 혹평했다. 직장인 김정욱(47)씨도 “필요하면 검찰 수사도 받겠다고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담화를 보고 더 화가 나 주말 항의 집회에 꼭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박 대통령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대학원생 탁모(27ㆍ여)씨는 “‘사과했으니 이제 그만하자’며 마치 제3자가 남의 잘못을 말하는 것 같았다”며 “사과마저 발을 빼는 수단으로 삼을 줄은 몰랐다”고 꼬집었다. 자영업을 하는 윤모(58)씨도 “최순실을 너무 믿은 게 잘못이라는 사실만 인정할 뿐 국정 실책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일부 장년층에서는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유례없이 울먹거린 점을 들어 동정여론도 나왔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담화를 지켜보던 전모(65)씨는 “항상 단호하던 대통령 목소리가 떨리는 장면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검찰 수사까지 받겠다고 하니 믿고 임기는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현(32ㆍ여)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동정심에 호소하는 건 무능함만 입증한 것”이라며 “외로워서 (최씨에게) 의지했다는 말은 사춘기 소녀도 하지 않을 투정에 불과하다”고 분개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자괴감 든다”는 박 대통령 발언을 조롱하는 글로 넘쳐났다. ‘내가 이러려고 세금 냈나 자괴감 든다’(트위터 아이디 @del***) ‘내가 이러려고 직장인 했나 피로감 든다’(@09x***)는 패러디부터 ‘슈퍼스타K도 아니고 자기 안타까운 사연은 왜 얘기하나’(@shi***) ‘광주학살 전두환도 못한 호남 지지율 0%를 찍었다’는 등 담화를 비꼬는 내용이 끊임없이 회자됐다.

시민ㆍ사회단체들도 이날 담화를 ‘책임 회피에 급급한 반 쪽짜리 사과’로 규정짓고 예정된 대규모 시국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박 대통령은 오만한 권력이 국민을 어떻게 기만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며 “정부는 5일 촛불시위에서 분노한 민심의 힘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 외교상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박 대통령은 책임을 최씨에게 돌리며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등돌린 열성 지지자들의 마음이라도 되돌리려는 면피용 담화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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