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 한달새 2배 넘게 폭증
PK 52%…수도권도 54%로
보수층 13%p, 중도 12%p 급증
핵심 기반 50대도 12%p 이상 ↑
60대 이상 노년층은 8%p 늘어
4ㆍ13 총선을 2주 가량 앞두고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여론이 급증한 까닭은 여권 지지층의 급격한 이탈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상징되는 친박ㆍ비박계의 공천 내분이 새누리당 지지층과 일부 중도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여권 지지층 이탈 현상은 지역별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알려진 대구ㆍ경북(TK), 이념성향 별로는 보수층에서 더 뚜렷하게 확인된다. 세대별로는 40대가 가장 많이 돌아섰다.
31일 본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2차 유권자 인식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 새누리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정권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1.7%였다. 지난달 23, 24일 실시한 1차 조사 당시 41.2%에 비해 10.5%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야당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50.1%로 1차 조사(46.6%)에 비해 3.5%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1차 조사 당시 오차범위 내지만 야당심판론이 많았던 데 비해 2차 조사에서는 정권심판이 과반을 넘겼다.
여권 지지층에서 정권심판 여론이 급증한 것이 두드러진다. 지역별로 친박계가 주도한 비박계 표적낙천의 진원지인 TK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달 새 정권심판 여론이 23.3%에서 49.3%로 두 배 넘게 폭증했다. 뒤이어 부산ㆍ울산ㆍ경남(PK)도 같은 기간 39.5%에서 51.9%로 급등했다. 영남 지역에서 야당ㆍ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는 것도 이러한 새누리당 지지기반 균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남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정권심판 여론이 44.8%에서 54.0%로 가장 큰 폭(9.2%포인트)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념 성향별 여론을 분석해보면 좀더 분명해진다.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응답은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계층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1차 조사에서 22.5%이던 것이 이번 조사에서 36.0%로 급증했고, 중도에서도 정권심판에 호응한 비율이 45.1%에서 57.2%로 늘어났다. 진보층도 62.0%에서 68.8%로 증가했다.
새누리당 핵심 지지층 및 중도층 이탈 현상은 세대별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40대는 정권심판 여론이 1차 조사에서 48.6%이던 것이 64.7%로 가장 큰 폭(16.1%포인트)으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반여당 정서가 강한 30대의 66.9%에 근접한 수치다. 40대는 상대적으로 정치적ㆍ이념적 당파성이 약하고 경제 이슈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 역대 선거에서 ‘스윙 보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중도층 이탈 현상으로 풀이된다. 여당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평가 받는 50대에서도 정권심판 여론이 12.5%포인트(33.8%→45.3%) 급증했고, 60대 이상에서는 8.0%포인트(20.8%→28.8%)가 증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종합해보면 정권심판 여론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균열에서 상승 동력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대 총선 2차 유권자 인식조사는 3월 29일부터 2일간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ㆍ무선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지역ㆍ성ㆍ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응답률은 9.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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