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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의 아이들 “3년 뒤 도쿄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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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의 아이들 “3년 뒤 도쿄에서 다시 만나자”

입력
2017.05.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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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루저(Loserㆍ패자)의 라커룸’은 적막했다. 평소처럼 흥겨운 힙합 음악도, 춤추는 선수도 없었다. 선수단 버스 안도 여느 때와 달리 조용했다. 전화 한 통 받기 눈치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신태용호가 30일 포르투갈과 16강에서 1-3으로 지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마쳤다. 경기 후 호텔로 돌아와 늦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신태용(47) 감독은 “각자 알아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라. 단, 음주 등 불미스런 일은 없도록 해라. 내일 아침 해단식까지 국가대표라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쓴 패배를 복기했다. 공격수 조영욱(18ㆍ고려대)은 한찬희(20ㆍ전남), 이상민(19ㆍ숭실대), 정태욱(20ㆍ아주대)과 인근 편의점을 찾았다. 이들이 주문한 건 컵라면. 경기 다음 날인 31일 해단식을 마친 직후 본보와 인터뷰한 조영욱은 “그 동안 꾹 참고 못 먹었던 컵라면을 한 사람당 2~3개 씩 해치웠다”고 말했다. 16강 탈락이 확정되자 눈물을 보였던 그는 “(백)승호 형은 체력 훈련을 하며 토한 적도 있다. 우리가 16강에 만족하려고 그 시간을 견딘 게 아닌데 앞(최전방)에서 내가 못 해준 거 같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주장이자 중앙수비수 이상민은 벤치 멤버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실점 안 했으면 최소한 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고개 숙이며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 훨씬 힘들었을 텐데 내색 한 번 안 하고 오히려 우리에게 물이라도 한 번 더 챙겨줬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룸메이트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와 송범근(20ㆍ고려대)은 방 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백승호는 포르투갈에 진 뒤 눈물을 펑펑 쏟아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송범근은 “승호가 월드컵을 위해 정말 많은걸 포기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포르투갈에 져 U-20 월드컵 일정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포르투갈에 져 U-20 월드컵 일정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한국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2연승을 달리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후베닐A)와 백승호가 선발에서 빠진 잉글랜드와 3차전에서 0-1로 져 2위로 밀렸다. 이 때문에 강호 포르투갈을 만났고 익숙한 4-2-3-1 포메이션 대신 4-4-2로 정면 대결을 펼쳤다가 당했다. 신 감독의 전략, 전술이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축구 전술은 흔히 ‘짧은 담요’에 비유된다. 발을 덮으면 상반신이 춥고 머리부터 뒤집어쓰면 발이 시리다. 그 만큼 공수 밸런스 유지가 어렵다는 의미다. 냉정히 말하면 포르투갈전은 양 국의 축구 수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한 판이었다. 한국은 공을 어렵게 뺏고 쉽게 뺏겼고 포르투갈은 정반대였다. ‘포르투갈 11명 전원이 이승우’라는 지적이 정확하다.

리틀 태극전사들은 작년 11월 ‘소방수’로 투입돼 반 년 이라는 짧은 기간 팀을 이끈 신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패배에 아쉬워하는 이승우를 격려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패배에 아쉬워하는 이승우를 격려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경기 직후 “한국도 강 팀을 상대로 패스 축구, 공격 축구를 할 수 있게 해 주신 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했던 이승우는 경기 다음날도 기자를 만나 “감독님도 정말 힘드셨을 거다. 조만간 식사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상민은 “우리에게 최고의 감독님이었다. 감독님 밑에서 축구를 배워 감사했다”고 전했다.

U-20 월드컵은 축구 인생에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연령대다. 이승우는 “나중에 더 강해져서 만나기 위해 지금 헤어진다”고 했다. 조영욱은 “도쿄올림픽 때 꼭 다시 보자고 서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송범근은 “아쉽지만 성장하는 계기로 삼겠다. 올림픽에서 재회하면 그 때는 마지막에 후회가 아니라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싶다”고 다짐했다.

천안=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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