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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사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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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사촌극

입력
2017.05.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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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公 사장 후보 청문회 자진사퇴

자질 문제 도덕적 흠결이 주요인

참신하다던 윤 시장 인물관 무색

“인적 쇄신 발목 자초” 비난 커져

윤장현 광주시장
윤장현 광주시장

최근 광주시도시공사 사장 후보자가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한 것을 놓고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사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윤 시장이 어쭙잖은 ‘참신성’ 카드를 내밀며 감도 안 되는 인사를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결국 낙마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위촉직 산업현장교수 박모(59)씨가 19일 자진해서 물러났다. 박씨는 별다른 사퇴의 변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틀 전 실시된 인사청문회 이후 부정적 여론이 급격히 높아진 데 따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인사청문위원 사전 접촉과 과거 건설회사 재직 시 뇌물수수 사건의 돈 봉투 전달자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점,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청문회에서 난타당했다. 후보자의 적격성을 가르는 핵심인 도덕성과 전문성 문제가 모두 도마에 오른 것이다. 청문회 직후 청문위원들 사이에선 박씨가 사장직을 수행하는데 업무 능력이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박씨의 낙마는 윤 시장의 자승자박 측면이 크다. 박씨는 3월 초 1차 사장 공모 때 면접(4위)에서 탈락했었다. 당시 윤 시장은 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추천한 후보자 3명을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두 퇴짜를 놓고 재추천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임추위원 7명 중 2명이 사퇴하고 윤 시장 쪽 일부 인사가 새로 위촉되자 “윤 시장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윤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 시장은 지난달 재공모를 통해 박씨를 사장 후보로 지명했다. 박씨가 도시공사를 이끌어 갈 참신한 전문가로서 역량을 갖췄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도시공사 내부 평가는 싸늘했다. 노조는 윤 시장을 향해 “사장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참신성이 아니라 경영전문성과 사명감, 가치관”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내부에서조차 박씨를 두고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청문회를 통해 ‘능력 문제’와 도덕성 흠결까지 드러나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박씨의 자진사퇴는 사실상 임명권자인 윤 시장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지명철회’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박씨에 대한 시의회의 부적격 경과보고서가 나올 게 뻔한 상황에서 윤 시장이 이를 받아본 뒤 사장 임명을 철회하면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윤 시장이 박씨를 사장으로 임명할 경우 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의회까지 경시했다는 비판은 물론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박씨에게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씨가 청문회에서 낙마하자 도시공사와 시청 안팎에선 윤 시장이 스스로 공공기관장 인적 쇄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윤 시장이 또 다른 사장 후보자를 찾아 임명하기까지는 두 달 가량 기간을 허비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시정의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며 꺼내든 인적 쇄신 작업이 되레 시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윤 시장의 인물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흘러나온다. 광주시의회의 한 의원은 “이번 도시공사 사장 후보자 낙마를 둘러싼 인사 논란은 시스템 결함보다는 시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사권 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실제 윤 시장이 취임 이후 전혀 바뀌지 않은 ‘마이 웨이’식 인사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데에는 정치권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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