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결혼에 대한 모든 것… 무용수들의 각기 다른 생각을 몸짓에 담다

알림

결혼에 대한 모든 것… 무용수들의 각기 다른 생각을 몸짓에 담다

입력
2018.07.11 15:36
수정
2018.07.11 18:41
22면
0 0

#

6년 전 작품 재해석해 돌아온

스승 전미숙 안무가 위해

정지윤ㆍ이용우 10년 만에 호흡

전미숙 안무가의 안무작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의 새 버전으로 10년 만에 무대 위로 돌아온 현대무용가 정지윤(왼쪽)과 이용우. 사진작가 BAKI 제공
전미숙 안무가의 안무작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의 새 버전으로 10년 만에 무대 위로 돌아온 현대무용가 정지윤(왼쪽)과 이용우. 사진작가 BAKI 제공

“무용수로서는 10년 전에 은퇴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미숙 교수님 전화를 받고 무대에까지 서게 됐네요. 2018년 버전의 ‘결혼’은 신선하면서도 무게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됐어요.”(현대무용가 이용우)

“저도 10년 만이에요. 얼마 전에 고관절 수술도 했는데, 재활하면서 춤추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한데 역시 재미있어요. 춤을 췄던 사람은 춤을 춰야 하나 봐요(웃음).”(현대무용가 정지윤)

국내 대표 현대무용단인 LDP무용단의 제2대 대표를 맡았던 정지윤(47)과, 배우로도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용우(37)가 오랜만에 무용수로서 무대에 선다. 전미숙무용단의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 공연에서다. 오랜 스승인 전미숙 안무가의 부름에 10년 시간을 뛰어넘어 한달음에 무대까지 달려온 그들을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이용우)와 전문사(정지윤) 과정에 2000년 각각 입학했다. 전 안무가와는 그때부터 스승과 제자로 연을 이어 왔다. 이번 작품은 2012년 국립현대무용단에 초청됐던 전 안무가의 안무작으로, 6년 만에 새롭게 태어났다. 결혼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 결혼 관계 속에 내재된 혼돈, 결혼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 등을 전 안무가가 현대무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정지윤, 이용우 외에도 차진엽, 김영진, 최수진 등 현대무용계 대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용우는 “출연진의 연령대가 6년 전보다 높아지고 기혼자도 많아져서 결혼에 대한 재미있는 생각을 담아 낸 작품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지윤은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 춤이든 생각이든 맞춰가는 게 어려워지는데,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군무를 맞춰가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전미숙무용단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 사진작가 BAKI 제공
전미숙무용단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 사진작가 BAKI 제공

#

스트라빈스키 ‘결혼’ 음악에 안무

무용수들이 직접 쓴 대사 읊어

“다들 나이 들고 기혼자 많아

결혼에 대한 표현 재미있어요”

전 안무가가 전체적인 안무를 짰지만, 각 장면을 이끄는 무용수들이 직접 쓴 대사를 무대 위에서 읊는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결혼 제도, 결혼 관계 등 결혼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서다. 정지윤은 결혼이 사회 통념상 인간의 생애주기 중 일부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결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살아가다 때가 되면 하는 것이잖아요. 한번쯤 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결혼 제도를 비판한다기보다는, 남들이 말하는 대로 가는 것이 정말 행복한지, 진심인지, 계속 묻게 되는 것 같아요.”(정지윤) 이용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이는 화려한 결혼 생활과 현실과의 괴리를 펼쳐 보인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집 평수, 인테리어, 먹는 음식 등 모든 걸 SNS에 사진으로 공유하잖아요. 그 사진 속에는 절대 불행이 들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결혼 생활이 사실은 다 상상이었다는 대사를 써 봤어요.”(이용우)

직접 대사를 쓰는 어려움, 오랜만에 춤을 추며 얻은 근육통 외에 두 무용수를 곤혹스럽게 한 건 또 있었다. 음악이다. 전 안무가는 1923년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결혼’을 택했다. 당시 청중은 난해한 이 음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안무가는 결혼에 내재된 혼란과 난해한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조우를 흥미롭게 느꼈다고 한다. 이용우는 “이 음악은 실험적이고 모험적이지 않으면 절대 선택할 수 없었을 곡”이라며 “그 안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표현하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기 위해 안무자가 굉장한 노력을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윤은 “이제 나체로 무대 위를 뛰어다녀도 관객들이 쉽게 감흥을 잃을 만큼, 현실이 예술보다 더 파격적인 것 같다”며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들으며 어떤 예술을 향해 가야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미숙 안무가의 안무작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로 10년 만에 무대로 돌아 온 현대무용가 이용우(왼쪽)와 정지윤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미숙 안무가의 안무작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로 10년 만에 무대로 돌아 온 현대무용가 이용우(왼쪽)와 정지윤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이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내용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물론 텍스트로 써 놓은 것만큼 무대 위에서 잘 표현될까 고민은 돼요, 그게 무용의 묘미겠죠?”(이용우) ‘토크 투 이고르, 결혼 그에게 말하다’는 14,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