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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실험, 아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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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실험,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18.08.09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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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와 현대자동차가 1만여개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 중인 공장 설립이 자칫하다 공장만 짓고 생산할 차가 없는 처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시는 이용섭 시장 취임 한 달을 맞아 이 공장을 1호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설립을 재촉하지만 운영주체인 광주시나 차를 주문하고 운영에 나설 현대차 모두 지속 가능한 운영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현대차는 반대하는 노조를 설득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8일 광주시와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는 이달 중 현대차와 합작 완성차 공장(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 협약식을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6월 이후 중단된 현대차와 협상을 조만간 재개해 세부사항 조율에 들어간다. 시는 2022년까지 자본금 2,800억원과 차입금 4,200억원 등 7,000억여원을 투입,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광주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짓기로 하고 현대차의 투자의향을 지난 5월 끌어냈다. 시 관계자는 “8월 내 현대차와 투자협약을 매듭짓겠다는 시장 뜻에 따라 진행 중”이라며 “현대차와 세부적인 내용 합의만 마치면 이달 중 협약식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 현대차와의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이유는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성사하기 위해서다. 광주형 일자리는 시가 합작법인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으로 묶는 대신, 주택ㆍ육아ㆍ교육ㆍ의료 서비스를 지원해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높여준다. 현대차는 고비용 부담을 덜고, 노동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지방정부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노사정 상생 모형으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윤장현 전 시장 시절부터 추진해왔으나 아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용섭 시장도 1호 공약으로 진행하는 만큼, 공장 설립을 조속히 매듭지어 일자리를 최대 1만2,000개 창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시는 현대차를 사업에 끌어들였을 뿐, 공장을 지속할 구체적 계획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의회에 보고한 현대차 투자유치 상황 자료에 따르면 연간 10만대 규모 공장을 이르면 3년 후 완공하겠다는 계획만 있고, 어떤 차종을 얼마나 생산할지 구체적 계획이 없다. 유일한 고객인 현대차는 1ℓ미만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주문 생산하겠다는 계획만 세운 상태다. 경형SUV는 현재 국내에 없는 모델이어서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스파크, 모닝 등 경차의 국내 판매가 총 14만대에 불과해, 소형 세단 물량까지 추가 확보해야 광주공장이 유지될 수 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6월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시에 보낸 사업 참여 의향서를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의향서를 통해 광주시가 빛그린산단에 조성하는 자동차산업 육성 사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연합뉴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6월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시에 보낸 사업 참여 의향서를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의향서를 통해 광주시가 빛그린산단에 조성하는 자동차산업 육성 사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연합뉴스

게다가 현대차 노동조합의 반대도 거세다. 노조 관계자는 “협약식이 열리면 현대차 경영진에게는 업무상 배임죄 등 법적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들 임금 책정도 논란거리다. 애초 설계된 연봉은 1인당 평균 4,000만원이었는데, 조율과정에서 3,000만원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지역에서 불평이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감소추세인 점도 부담이다.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5개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은 2011년 465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411만대까지 하락해 기존 공장들도 완전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서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ㆍ기아차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58만대 물량뿐만 아니라 한국GM과 르노삼성차도 각각 10만대 이상 생산을 감소해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광주 자동차 공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구조개편을 거친 후에야 가동 필요성이 생길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마친 후 설립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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