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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두둔만... 워싱턴선 “푸틴 주머니 속에서 놀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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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두둔만... 워싱턴선 “푸틴 주머니 속에서 놀아났다”

입력
2018.07.17 15:16
수정
2018.07.17 20: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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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장 방불

푸틴 “美 대선에 개입 안했다”

트럼프 “러 개입할 이유 없어”

美 언론 “반역적” 거센 반발

공화당서도 “수치스럽다”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첫 공식 미러 정상회담이 미국 내부에서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을 미국의 정보ㆍ수사기관, 미국 상원도 확인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을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주류 언론들은 “수치”, “모욕” 등으로 맹공에 나섰고 공화당도 선을 넘었다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미러 정상회담에 사흘 앞선 지난 13일 로버트 뮬러 특검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를 해킹한 혐의 등으로 러시아 정보요원 12명을 무더기 기소하면서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핵심 관심으로 떠올랐다. 실제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기자들은 대선 개입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문해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뮬러 특검팀이 공식 요청하면 우리는 그들을 조사해 적절한 자료를 미국에 보낼 것”이라며 “특검팀을 포함해 미국측 대표가 들어와서 심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동 수사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다만 “러시아 영토에서 불법적 활동을 한 미국 정보요원을 포함한 관리들도 심문하기를 바라고, 거기에 우리 수사 요원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푸틴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할 당시 성관계 영상을 러시아 당국이 확보했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그 당시) 나는 그가 모스크바에 있는지도 몰랐다”며 “그것보다 더 심한 넌센스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 문제는 무시하고 다시는 생각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대선 기간 자신의 캠프와 러시아간 공모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를 넘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댄 코츠(국가정보국 국장)와 다른 사람들은 내게 와서 ‘이것은 러시아 소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아니다고 말했다”며 “나는 러시아가 그렇게 할 이유를 보지 못했다”고 푸틴 대통령을 더 신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 정보기관에 대단한 신뢰를 갖고 있지만, 오늘 푸틴 대통령의 부인은 매우 강력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러 관계가 악화한 데 대해선 “미국이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이런 대화를 했어야 했다”며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러시아와 미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도 폈다. 그는 “특검 수사는 우리 나라에게 재앙”이라며 “우리를 갈라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코츠 국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 평가는 분명하다”며 “러시아는 지속해서 우리의 민주주의에 침투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정면 반박한 것이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저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는 도덕적 등가성이 성립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을 비판하면서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개입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수치스런 실적”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자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그의 대통령직 수행에서 가장 심각한 실수다”라며 “즉시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야당이나 주류 언론에선 “반역적”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는 등 거센 반발이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 것처럼 미국의 적을 옹호한 대통령은 없다. 미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러 제재 강화와 백악관 안보팀 청문회 출석 등을 주장했다. 같은 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러시아가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재정적으로, 정치적으로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윗을 통해 “반역적인 것과 다름 없다”며 “완전히 푸틴의 호주머니 속에 있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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