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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대 극한의 갈등… 총장님은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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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대 극한의 갈등… 총장님은 뭐 하세요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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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사회부 기자

13일 오후 서울대생들이 학교 측의 물대포 동원을 규탄하며 서울대 정문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 정문 앞에는 "민주주의는 살해당했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근조 화환이 세워졌다. 서울대 총학생회 제공
13일 오후 서울대생들이 학교 측의 물대포 동원을 규탄하며 서울대 정문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서울대 정문 앞에는 "민주주의는 살해당했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근조 화환이 세워졌다. 서울대 총학생회 제공

국내 최고 지성들이 모여 있다는 서울대가 요즘 심상치 않다. 시흥캠퍼스 설립 논란으로 본관이 153일 동안 학생들에게 점거되는가 하면, 65년 역사의 교내 언론사 ‘대학신문’이 백지 발행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대학이 본관 농성 학생들을 내쫓으려고(?) 군사작전 하듯 은밀히 침투하고, 물대포(소화전 호스)를 발사하는 등 구시대적 행태를 일삼았다는 비판도 학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고 대학답게 지성과 지성이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견과 갈등의 접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색한 ‘대결과 충돌’ 일색이다.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선 “성낙인 총장이 변화된 시대에 맞게 민주적 리더십으로 풀어갔다면 이 사단이 벌어졌겠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갈등의 실타래가 꼬일 때로 꼬여 있다면 누군가는 풀어야 할 텐데, 이에 앞장서야 할 성 총장에게는 그런 능력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 총장이 한 번 나서기는 했다. 1월 11일 본관 점거를 주도했던 학생 29명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가 학생들 반발이 거세지자 “학생 참여를 강화하고 징계 절차를 중단할 테니, 본관 점거를 풀라”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점거 학생들은 “중재안이 언제든지 징계에 나서겠다는 협박으로 느껴졌다” “앞뒤가 바뀐 일방적 대화 방식에 학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응수했다.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제안에 불과하다는 반발이었다. 본관 점거를 푸는 방식을 두고도 “기습적인 본관 진입이 과연 대화의 원칙인가”라는 비아냥만 들었을 뿐이다. 사태를 풀기커녕, 키우기만 했다는 얘기다.

학내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의 자괴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시흥캠퍼스 찬반을 떠나 “학내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격양된 분위기로 옮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13일에는 학생 1,400여명이 모여 근조화환을 들고 학내를 행진하고, “총장 퇴진”을 주장하는 학생들까지 늘고 있다. 이들은 행동 하나하나로 묻고 있다. “서울대의 지금 위기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성 총장이 어떤 리더십으로 이에 응답을 할지, 궁금하다.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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