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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병대 수준도 안 되는 한국예비군

입력
2018.03.21 13:4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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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2.0은 바뀐 전장상황에 맞춰 병력 위주의 작전이 아닌 장비위주의 선진국형 군대, 수준 높은 예비전력 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예산을 들여 최첨단 항공기와 강력한 기계화 무기, 다량의 미사일, 최신예 군함, 미래형 전투장구 등을 구비하겠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주로 장비와 관계된 것들인데 실제로 진행되고 가시적인 성과도 보인다.

그러면 수준 높은 예비전력은 어떻게 되고 있나. 올해가 바로 예비군 창설 50주년이다. 김신조 부대로 대변되는 북한 특수부대 124군이 1968년 1월 청와대를 기습 공격하려 했던 사태를 교훈으로 그 해 4월1일 예비군이 창설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68년에 비해 한국군 정규군은 천지개벽을 세 번 정도 했을 만큼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예비군은 50년 동안 그다지 달라진 면이 없다.

무려 270만 명의 예비군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민병대 수준도 안 되는 조악한 무장으로 세계 정상급의 선진군대에서 연마한 전투기량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 예비군들은 스스로도 전시에 군인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에 회의감이 있다. 요즘 화두가 되는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현역병사의 3분의1 수준인 사흘 합계 1만6,000원의 일당을 받으며, 현역 때는 사진으로만 봤을 구형장비를 지급받고 4년 간의 동원훈련 후 4년 간의 향토예비군이 된다. 현역병의 3분의 1, 최저임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니 딱 그 정도만 일하면 된다고 한다면 국가가 무엇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나.

휴전선을 지키는 정규상비사단 아래에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동원예비군으로 구성되는 동원사단이 5개 있다. 이 동원사단의 훈련현장을 보면 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동원사단이라도 정규보병사단처럼 포병과 전차부대가 있다. 포병부대의 야포는 6.25때나 쓰던 구형 견인포다. 운용하는 데 무려 10~1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동원예비군들은 90% 이상이 현역 때 K-9 자주포처럼 컴퓨터로 제어하는 최신식 자주포를 다뤘다. 4~5명이 한 개 포를 다룬다. 이런 포병들을 데려다가 1년에 겨우 2박3일의 동원훈련으로 어떻게 수십 개월을 연마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구형화포에 숙달할 수 있나. 전차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현역 때 K-1이나 K-2같은 전자제어 3세대 전차를 운용했는데, 동원사단에 와서 겨우 2박3일 훈련 받고 모든 것이 수동인 고색창연한 M-48 전차를 다뤄야 한다. 이러고 무슨 전쟁인가.

과거 대학생이 얼마 되지 않던 시대에 대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동원훈련을 보류시키고 학교에서 하루만 훈련 받게끔 하면 되게 했다. 그러나 80% 이상이 대학을 가는 이 시대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회적 약자들이 동원훈련을 받고 절대다수의 대학생들은 동원훈련을 받지 않으니 이런 불평등이 어디 있나. 거기 더해 국방부는 별다른 대안 없이 동원기간을 3년으로 줄이려고 하니 그야말로 대학만 가면 동원훈련은 면제가 되는 셈이다. 이게 정의인가. 대학생을 동원에 포함시키면 4년씩이나 동원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또 과연 현대전에서 270만 명의 예비군이 필요한지, 이 예비군기간을 4~5년으로 줄이고 훈련일수를 늘여 실제적인 전투력 향상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비전력의 강화를 위해 군은 다음 달 초 동원전력사령부를 창설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육군 현역 병력의 7배 규모임에도 예산은 육군예산의 0.6%만 배정되고, 무기는 폐기 직전의 무기를 주고, 일당은 최저시급의 10분의1도 주지 않으며, 대학에 가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만 동원시키는 이런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고는, 허울뿐인 예비전력으로 국방개혁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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