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주식매입 특혜 의혹에
거짓 해명 → 말 바꾸기 반복
승용차 제공에 여행경비까지
바다이야기 투자 정보 유출 등
검찰 수사 번번이 빠져나가
직원들 “목에 걸린 사원증 창피”
“은둔 벗어나 직접 해명을”목소리
넥슨 창업주인 국내 게임업계 1세대 김정주(48)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벤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진경준(구속 수감) 검사장에게 주식을 공짜로 건네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것과 관련, 넥슨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며 회사의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유가 이런 불법행위 때문이었느냐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넥슨은 김 대표가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나온 지난 3월 “개인 간의 거래여서 회사는 아는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넥슨에서 4억2,500만원을 빌려 넥슨 주식을 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말을 싹 바꿨다. 넥슨은 “회삿돈을 빌려준 것은 맞지만 장기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단기간 자금 대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진 검사장이 곧 바로 자금을 갚아 같은 해(2005년) 해당 거래가 모두 종료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 13일 검찰 조사과정에선 진 검사장이 돈을 갚은 뒤에도 “이걸 내 돈으로 사는 게 맞느냐”며 계속 공짜를 요구해 진 검사장의 장모와 친모 계좌로 개인 돈 4억2,500만원을 송금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시 해명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진 검사장이 2008년 넥슨에서 제공받아 타고 다닌 제네시스 승용차에 대해서도 “직접 (진 검사장이) 차종을 찍어서 어쩔 수 없이 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식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일이 반복되며 더 이상 넥슨의 이야기를 믿는 이는 많지 않다. 공짜 주식 매입과 승용차 대여에 가족 여행경비까지 댔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며 “대가성은 없었다”는 넥슨의 해명은 공허해진 지 오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진 검사장의 스폰서(후원자)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넥슨 안팎에서 들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수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아 부당 거래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잇다. 공짜 주식 거래 직후인 2006년 넥슨은 불법도박게임 ‘바다이야기’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에 수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수사는 받지 않았다. 2011년에는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320여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경찰이 넥슨코리아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진 검사장은 2006년 법무부에서, 2011년에는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다.
이러한 사태의 발단에 김 대표의 은둔 경영과 독단적 결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혹이 시작된 후에도 3개월 가까이 신사업 구상을 핑계로 미국에 머무르던 김 대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달 20일에야 입국했다. 입국 후에도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게임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김 대표가 이번 사건을 사과하고 적극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땅을 1,326억원에 매입한 경위도 김 대표가 직접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데 넥슨 사태로 게임업체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김 대표의 공식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사 직원들은 좌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넥슨 직원들의 하소연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직원은 “식사하러 가다가 목에 걸린 넥슨 사원증이 창피했다”며 “어렵게 들어왔는데 회의감이 크다”는 글을 썼다. 김 회장이 진 검사장에게 120억원대 ‘대박’이 될 자사주를 공짜로 넘겨준 사실에 대한 박탈감도 크다. 넥슨은 급성장을 거듭하던 2004년 상장과 자사주 배분을 요구하는 구성원과 이에 부정적인 김 대표의 갈등이 커지며 주력 개발자 수십 명이 회사를 떠나는 내홍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고생하는 직원들에게도 안 준 자사주를 진 검사장에게는 공짜로 준 셈이다.
최근 내 놓은 넥슨의 신작 게임 ‘서든어택2’이 혹평 받고 있는 것도 넥슨 직원들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후 경영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정주 개인의 일탈로 벤처 업계 전체를 평가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