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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영화 실패 후유증, '군주'로 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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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영화 실패 후유증, '군주'로 풀었죠"

입력
2017.07.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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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친구들과 PC방을 가거나 당구나 볼링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승호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친구들과 PC방을 가거나 당구나 볼링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산엔터테인먼트 제공

겉으론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눈은 자꾸 아래를 향했다. 무언가에 기가 죽어 있는 듯 했다. 선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난 5월 첫 전파를 탄 이후 줄곧 시청률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MBC 수목극 '군주- 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의 주인공 유승호(24)가 아닌가. 10주간 안방극장의 왕좌에 앉았으니 호탕하게 웃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수줍은 미소라니. 18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그는 차분하고 솔직하게 그 이유를 밝혔다.

유승호는 스스로 영화 '봉이 김선달'(2016)과 '조선마술사'(2015) 얘기를 먼저 꺼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영화 성적은 저조했다. '봉이 김선달'은 200만명을 조금 넘겼고, '조선마술사'는 62만명으로 초라하게 끝났다. 그는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했다. 분명 웃으며 말했지만 목소리는 작아졌다. 꽤나 아팠던 모양이다.

유승호는 MBC 드라마 '군주- 가면의 주인'에서 세자 이선을 연기했다. MBC 제공
유승호는 MBC 드라마 '군주- 가면의 주인'에서 세자 이선을 연기했다. MBC 제공

"마음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젠 쉽지 않아요. 겁이 많이 납니다. 예전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면, 이젠 '이 작품이 잘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하게 되니까요."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집으로'(2002), '마음이'(2006), '블라인드'(2011) 등 영화뿐 아니라 '태왕사신기'(2007), '선덕여왕'(2009), '리멤버- 아들의 전쟁' 드라마까지.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17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에게서 나올 법한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승호는 "작품이 잘 되도 못 되도 배우 탓"이라며 "내게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이젠 그게 안 되더라"고 했다.

유승호는 “어릴 때 데뷔를 해서 아역배우들에게 마음이 가곤 한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승호는 “어릴 때 데뷔를 해서 아역배우들에게 마음이 가곤 한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산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편의 영화에 이어 사극드라마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대극보다 접근하기 수월했다. 인물의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잡는 사극 연기는 유승호에겐 “늘 해왔던” 레퍼토리였다. 다른 배우들은 어렵다 하는 사극연기가 그에겐 친정처럼 편했다. 어릴 때부터 익숙한 맞춤복을 입은 듯했다. 가면을 쓴 채 위태로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세자 이선 역에 마음을 빼앗긴 건 당연했다. 감정 변화의 곡선을 자유자재로 그리며 이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높은 시청률과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따라왔다. 첫 방송 이후에야 “한시름 놓았다”고 했다. "아예 이쪽(연기) 일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니었구나"하고 안심했다고.

하지만 그는 “어찌 보면 용기가 없는 선택”이라고도 했다. 불안감 때문에 편한 길을 택해서다.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SBS 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때 절정에 달했다. 당시 재벌 2세로 악역을 연기했던 배우 남궁민에 밀려 유승호는 보이지 않았다. "시청률은 잘 나왔지만 변호사 진우 캐릭터를 살리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어요.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그 뒤로 연기를 못하겠더군요. 거의 1년을 쉰 이유였죠."

‘군주’는 여러모로 유승호에게 보약이 됐다. 2014년 군 전역 후 복귀해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를 잡아준 작품이다. 다시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용기도 생겼다. “송강호 황정민 선배님들과 꼭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도 배우면서요. 생각만해도 너무 든든하네요.”

요새 그의 즐거움은 다름 아닌 ‘농사’다. 농부인 친구가 쉬는 날이면 “귀신같이” 전화해 “놀면 뭐하냐”며 도우라고 재촉한단다. 최근엔 호박 잎과 비름나물을 따며 수확의 기쁨도 맛봤다. “친구가 농사를 제법 크게 해요. 가끔 트럭 타고 시장에 물건 팔러 갈 때 따라가죠. 크게 음악도 듣고 수다도 떨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비름나물 꽁다리라도 정리하면 친구가 수고했다고 커피도 사주죠(웃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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