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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터넷게임 중독과 ‘청년 노숙’

입력
2016.10.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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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숙 문제가 심각하다. 으레 노인층의 전유물로 여겼던 노숙인 그룹에 청년층이 적잖이 유입되면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취업에서 배제된 채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에까지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전국 노숙인 인구는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에 따른 기업들의 구조조정,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노숙인 인구가 급증했다. 당시 경기가 회복되면 노숙인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지나도 노숙인 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직의 실패, 가족의 와해, 사회적 배제 등과 얽히면서 중층적 사회문제로 악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숙의 만성화 문제와 더불어 청소년들이 가정해체, 아동학대, 가출 등으로 노숙인으로 새롭게 유입되고 있다. 청년 노숙은 ‘청년기에 일시적으로 노숙을 하는 상태’라고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없다. 생애주기적 관점의 일시적 일탈이나 가출과 연결되며, 사회경제적으로는 일자리 부족, 빈곤 및 실업, 비정규직 문제와 연관돼 있다. 청년 노숙은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는 상태로 설명될 수 있다. 여기에 심리적 요소까지 들여다보면 청년 노숙은 게임이나 인터넷중독 문제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재 청년 노숙인의 수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전체 노숙인의 14~17%, 대략 1,700~2,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노숙인 집단이 노숙의 경로나 기간뿐 아니라 연령에서도 더 이상 동질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노숙인들의 이질성이 커지고 세대별 편차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속성이 다르다면, 그에 따른 처방 또한 구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노숙인들의 정신건강 측면에서 지적되는 가장 큰 이슈는 알코올 중독이었다. 알코올 중독이 신체적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손상시키고, 갱생 비율을 낮춰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 노숙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하면서 새로운 해법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 노숙인들은 적은 소득일지라도 일자리를 갖고 노숙을 하거나,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피시방에서 한뎃잠을 자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게임 중독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실시한 서울 영등포 지역 노숙인들의 중독 및 정신건강 실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게임 중독군(群)은 조사표본의 약 13%로, 알코올 중독 못지않은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중장년층 혹은 노년층은 주로 알코올 중독이 문제였으나, 청소년층은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었다. 이들은 자기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청년 노숙인 문제가 장기화하고 만성화하여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키우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시의 다기능 정보통신(IT) 편의시설에 노숙인이 몰려들어 문제라고 한다. 시민과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민원접수 및 안내서비스, 위급상황 대처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지만, 무료로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청년 노숙인이 몰려들어 인터넷 게임과 스마트폰에 중독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숙인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노숙인으로 편입되고 있는 만큼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회 양극화나 빈곤층의 진화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숙소제공과 무료급식을 통한 한시적 시혜를 넘어 가족해체나 아동폭력 등에 의해 발생한 청년 노숙인들을 직업교육 등을 통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환원시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영조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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