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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자체 SNS 대세는 ‘B급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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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자체 SNS 대세는 ‘B급 감성’

입력
2018.08.08 11:30
수정
2018.08.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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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페이스북 캡처
충주시 페이스북 캡처

이런 시안이 어떻게 결재라인을 무사히 통과했을지 궁금할 정도다. 합성 티 팍팍 나는 이미지에 ‘아재 개그’, ‘허무 개그’가 난무하는 홍보물이지만 네티즌 반응은 폭발적이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하면 ‘좋아요’ 1,000개는 기본이다. 의도된 ‘B급 감성’이 오히려 컬트적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SNS가 ‘B급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페이스북 구독자 2만1,000명을 보유한 충북 충주시가 대표적이다. 충주시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충주 대학찰 옥수수 이벤트’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엔 “원 댓글 쓰리 옥수수”라는 글과 함께 주먹 모양 그림과 옥수수 3알의 모습이 담겼다. ‘게시물 댓글, 공유, 좋아요’ 총 세 가지 미션을 수행하면 추첨을 통해 충주 대학찰 옥수수 한 박스를 보내준다는 내용이다.

한 번에 치아가 3개 이상 부서지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펀치를 빗댄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패러디한 문구에, 윈도우 ‘그림판’으로 10분 만에 뚝딱 만든 듯한 완성도였지만 반응은 남달랐다. 게시 하루 만에 1,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700회 이상 공유됐다. 댓글은 900개 넘게 달렸다. 대다수는 “재미있다”, “웃긴다”는 호평이다.

물론 홍보 담당자가 ‘실력’이 부족해 이런 게시물을 올린 건 아니다. SNS에서 뭐가 먹힐지 철저히 계산한 결과다. 지난 7월부터 충주시 SNS를 관리 중인 김선태(32) 주무관은 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작 과정이 마냥 쉬운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관공서가 SNS 홍보를 하고 있는데, 다들 예쁘고 잘 만들었더라. 어떻게 보면 진부하게 느껴졌다”며 “그런 것과 차별화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경시청
문경시청

‘B급 감성’뿐 아니라 ‘동네 친구’ 같은 콘셉트도 인기다. 경북 문경시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오늘따라 기분이 저기압이라 나도 모르게 ‘고기 앞’으로 가버렸다”는 말장난과 함께 고기 굽는 영상이 올라오면, 네티즌들은 이곳이 지자체의 SNS라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역시 아무 목적 없이 올린 건 아니다. 영상 속 고기를 굽는 곳은 문경시 한 청년 쇼핑몰. 친근감 넘치는 말투로 관심을 끈 다음, 자연스럽게 문경 시내의 관광지ㆍ가게ㆍ명소를 인식시키는 고도의 ‘홍보 전략’인 셈이다.

김선태 주무관은 “아직까진 다행히 (게시물에 대해)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지자체가 B급 감성을 홍보 전략으로 내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기가 있으니) 계속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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