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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T 사장 파격 실험…입사 한달 차 신입에 “회사 뜯어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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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T 사장 파격 실험…입사 한달 차 신입에 “회사 뜯어고쳐라”

입력
2018.02.04 15: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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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창출 등 목표로

신입사원 82명에 프로젝트 교육

최종 3개 선정해 사업화 추진도

박정호 사장 “젊은이에 결정권을”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한 SK텔레콤 신입사원 안혜연(맨 오른쪽), 장혜린(오른쪽에서 두번째), 김광섭(오른쪽에서 세번째) 매니저가 하재성 대한적십자사 홍보기획팀장(맨 왼쪽), 류춘배 대한적십자사 헌혈진흥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한 SK텔레콤 신입사원 안혜연(맨 오른쪽), 장혜린(오른쪽에서 두번째), 김광섭(오른쪽에서 세번째) 매니저가 하재성 대한적십자사 홍보기획팀장(맨 왼쪽), 류춘배 대한적십자사 헌혈진흥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영하 10도의 칼바람이 불던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앳된 얼굴의 여섯 청년이 모여들었다.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시종일관 열띤 토론을 벌이던 이들은 아직 대학생 티도 벗지 못한 입사 한달 차 SK텔레콤 신입사원들이다. 따뜻한 본사 강당이나 연수원에 있어야 어울릴 법한데, 이들은 양손 가득 챙겨온 자료들을 뒤적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 거리를 점검했다. 청년들을 바라보던 대한적십자사 직원은 “우리한테 제안할 게 있다고 하길래 들어봤는데, 아이디어가 괜찮아서 오늘 정식 미팅을 잡았다”며 흐뭇해 했다.

4일 SK텔레콤은 올해 신입사원 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했다고 밝혔다. 수십 명을 강당에 몰아넣고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던 교육 대신 직원들을 사무실 밖으로 내보냈다. ‘프로젝트형 교육’이라는 새 과정은 고객 가치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 등 목표에 맞게 스스로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고객과 전문가를 만나며 상품 및 서비스를 기획하도록 한다. 결과가 좋으면 실제 SK텔레콤 서비스로 적용하는 파격적 기회도 제공된다.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팀은 SK텔레콤 고객 위치 정보를 활용해 특정 ‘헌혈의집’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 정보를 주변 가입자에 안내하면서 데이터 사용권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적정한 혈액 보관량과 보유 일수는요” “자발적 헌혈을 유도하려면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가요” 질문을 쏟아내던 신입들은 “한 차례 헌혈을 한 후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기간을 거치면서 두 번째 헌혈로 이어지지 않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류춘배 대한적십자사 헌혈진흥팀장의 조언에 따라 프로젝트 방향을 수정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조장인 김광섭 SK텔레콤 매니저는 “첫 헌혈 경험의 긍정적 기억을 키워주는 쪽으로 SK텔레콤 기술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할 것 같다”며 “사무실에 앉아서 아이디어 구상만 하거나 이론적인 교육만 받을 땐 깨닫기 힘든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헌혈을 해 본 고객의 눈높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며 대한적십자사가 소개한 헌혈 경험자들을 만나기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이 열혈청년들을 포함해 올 초 SK텔레콤에 입사한 신입사원 총 82명이 만드는 프로젝트들이 오는 12일 열리는 ‘슈퍼스타T’에서 맞붙는다. 부문별로 선정된 3개 프로젝트는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이 멘토로 투입돼 실제 사업화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의 새 교육 방식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합한 인재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신입이 들어오면 마케팅 교육을 명분으로 현장(대리점)에 파견하곤 한다. 번호이동으로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경쟁이 치열했던 단말기유통구조법 시행 이전부터 굳어진 교육 과정이다. 신입들 사이에서 “입사 초기엔 대리점 직원”이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할 정도다.

신입사원 교육의 변화는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이끌고 있다. 틀을 깨는 파격적 사고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젊은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신입 구성원들에게 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신입 사원 교육 담당인 박성진 SK텔레콤 역량개발셀 매니저는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 구현되도록 교육 과정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맹하경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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