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늑장 발송 “통신사 탓 맞다”
“활성단층 조사 돈 많이 들어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 안 돼”
무성의한 답변에 비판 쏟아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 관련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와 행정자치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특히 거듭되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면피성 답변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박 장관은 이날 ‘활성단층 위에 원자력이 건설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박 장관은 이어 “우리나라 활성단층이 450개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25개밖에 조사가 안 된 상태”라며 “일본의 경우 1개 단층을 조사하는 데 10억원이 들었다. 금년 5월 우리 정부의 관련 예산을 산출해 보니 522억원 정도”라고 부연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돈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며 “돈을 들여서라도 조사해야 할 내용”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 장관은 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우리나라의 재난 대비 매뉴얼이 일본과 비교해 부실하다. 국민들도 안전처 매뉴얼을 비웃는다”라고 지적하자,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연구해서 보완하는 것이지 완성되는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소속 황영철 의원은 지진 발생 직후 문자메시지 미발송이나 늑장발송을 국민안전처가 ‘통신사 트래픽’ 탓으로 돌린 것에 대해 맞냐고 묻자 박 장관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황 의원은 “파악하기로는 소방방재처가 지역코드 입력규격을 통보했는데 (국민안전처가) 이 코드를 무시한 채 발송 의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진이 아니라 오늘 장관의 태도가 더 공포스럽다”고 질타했다.
박 장관은 또 지진 발생 당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접속장애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원인규명 중”이라고 답해 빈축을 샀다. 의원들이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하자, 박 장관은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대전에 위치한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서버를 활용하고 그 서버를 관리감독하는 건 행자부”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자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하드웨어 문제인지 프로그램 문제인지 검토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주 내에 원인 분석을 끝내고 정상화하겠다”고 말해 아직 원인 파악조차 안 돼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김영호 더민주 의원은 “장관이 이런 답변을 국민에게 한다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소속인 유재중 안행위원장도 “원인분석을 사전에 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준비했어야 한다”며 “변명은 필요 없다. 심각하게 들어달라”고 질책했다./
한편 국회 역시 지진 발생 9일 만에야 회의를 여는 등 늑장 대응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이날 오전 10시 대정부질문을 위한 본회의가 예정된 탓에 유 위원장은 회의 내내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며 의원 별 질의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였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안행위가 신속히 회의를 열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북한 핵실험이나 도발이 있을 때 국방위원회는 즉시 회의를 연다”고 꼬집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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