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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Adverbs are useful or evil? 부사는 유용한가 독인가

입력
2017.01.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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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adverb)는 요물단지다. 잘 쓰면 좋지만 잘못 쓰면 역효과가 크다. 대학 작문 시간에 배우는 것 중 하나가 ‘Avoid using adverbs’다. 심지어 ‘Adverbs are evil’이라고 말하는 교수도 있다. 부사를 악이라고까지 하는 이유는 부사의 기능이 오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상 작가로 유명한 Stephen Edwin King은 ‘I believe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adverbs, and I will shout it from the rooftops’(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포장되어 있다. 지붕 위에서라도 소리쳐 말리고 싶다)라고 했다. 부사를 잔디밭의 민들레(dandelion)에 비유한 말도 있다. 잔디밭의 민들레는 예쁘고 좋지만 뿌리뽑지 못하면 다음날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부사는 과용하기 시작하면 민들레처럼 일단 과용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I like her smile. She smiles happily’의 두 번째 문장에는 happily라는 부사가 있다. 위치나 용법 모두 문제가 없고 미소의 양태를 수식하는 것도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smile 속에는 이미 ‘기분이 좋아서, 즐거운 마음이 있어서’라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에 happily를 쓰면 내용이 중복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굳이 따지면 happily 없어도 내용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 강조하려고 부사를 사용하다 보면 어느 날부터 자신도 모르게 과용하는 것도 문제다. 대화체에서 많이 쓰이는 ‘Really’ ‘Absolutely’ ‘Totally’ ‘Literally’ 등은 이들 부사가 각기 ‘정말인가’ ‘절대적인가’ ‘전체적인가’ ‘글자 그대로인가’의 본래 내용이 아니라 모두가 ‘대단한 정도로’라는 강조 부사로 쓰이고 있다.

최근 우리 대통령의 언어를 두고 뒷말이 나오는 이유는 문장 완성이나 조어 능력 혹은 언어 추리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부사형 어미가 남용되는 것이다. 게다가 동사를 술어로 끝내지 않고 부사형 어미를 붙여 멈추고 만다. 과거에도 기자 간담회나 회견에서 나타난 보조어를 보면 ‘이런’ ‘다(all)’ ‘-하니까’ ‘하고’ ‘그러는’ ‘~해 가지고’ 등이 매우 많다. 주어 동사의 완결보다는 문장 끝을 부사어로 끝내는 경우도 많다. Think를 활용할 때도 문장 조합력의 한계가 드러난다. 생각하다(think)가 동사로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고 나서는’처럼 장황하게 늘어뜨리는 경우도 부사형 과용이다. 이번 깜짝 기자 간담회에서도 시중의 지탄에 대해 ‘엮여서’ ‘까발리니’ ‘그런’ ‘이런’ ‘손톱만큼도’ 식의 많은 부사가 쓰였는데 기존의 습관에다 마음이 다급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장이 깔끔하지 않고 내용과는 무관하게 겉도는 느낌을 준다. 모름지기 부사나 형용사는 강조하고 꾸미는데 쓰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내용은 없고 혼란스럽게 들린다. 부사 활용은 잘 해야 본전이고 남용하면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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