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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못 옮기는 사드, 성주까지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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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못 옮기는 사드, 성주까지 갈 수 있나

입력
2017.03.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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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시위로 진입 막히면

'대추리 사태' 재연 우려

약식 환경영향평가는

공정성 시비 가능성도

미국 본토에서 실려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2기가 6일 밤 오산기지에 도착해 C-17수송기에서 내려 옮겨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제공
미국 본토에서 실려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2기가 6일 밤 오산기지에 도착해 C-17수송기에서 내려 옮겨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제공

한미 양국이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일부 장비를 전격 공수해오면서 실전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있다. 특히 사드를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반대 주민들과 충돌한다면 2006년 대추리 사태처럼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사드 장비를 성주로 옮기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 본토에서 C-17 수송기에 실어 오산기지로 들여온 사드 발사대의 무게는 1기당 40톤에 달한다. 골프장 앞에서 벌어질 반대 시위를 의식해 헬기로 실어 나르기에는 버거운 무게다. 우리 군의 헬기 가운데 화물운송 능력이 가장 뛰어난 치누크의 경우 내부 적재는 최대 6.5톤, 외부에 매달고 가더라도 최대 7.5톤을 싣는데 불과하다. 성주 골프장은 공간이 좁아 수송기를 띄울 수도 없다.

군 관계자는 8일 “사드는 차량에 실어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모듈화돼 있다”며 “엄청난 무게도 무게지만 정밀한 무기여서 진동이 심한 헬기에 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결국 트럭으로 옮겨야 하는데 성주 골프장 진입로가 사드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막힌다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발사대와 레이더 등 사드 1개 포대의 장비를 모두 옮기려면 대형트럭 10여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사드를 실은 트럭은 무게 때문에 포장된 도로로 이동해야 한다”며 “성주 골프장으로 가는 길이야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드 배치 절차의 핵심인 환경영향평가를 두고서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6개 분야 21개 항목을 대상으로 실시한 뒤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통상 기간은 6~12개월 소요된다. 사드를 신속하게 배치하려는 한미 양국의 계획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만 33만㎡ 이하 소규모 부지의 경우 공청회 등 의견수렴절차가 필요 없다. 한미 양측이 평가서를 작성하면 그만이다. 국방부는 “성주 골프장 148만㎡ 가운데 일부 부지만 사드 배치에 사용할 것”이라며 환경평가를 약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사드 반대 단체들은 8일 국방부가 주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법을 따르지 않은 채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며 한민구 국방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조기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되돌릴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방부가 배치 부지를 조성하기도 전에 ‘알박기’ 식으로 사드를 서둘러 전개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사드 배치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야권 대선 주자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를 끝내지 못한다면 차기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서거나, 중국을 의식해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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