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계성
논설실장

등록 : 2014.06.23 20:00
수정 : 2014.06.23 22:15

외치와 내치 사이

[이계성 칼럼]

등록 : 2014.06.23 20:00
수정 : 2014.06.23 22:15

정상외교 성과 빛 바래게 하는 잇단 인사실패

시대흐름에 맞는 새 용병술로 돌파구 찾아야

21일 밤 박근혜 대통령이 5박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 특별기 트랩을 내리기도 전에 받은 보고는 전방부대 총기 참극이었을 것이다. 착륙 불과 2시간 전에 발생한 사건이다. 국익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강행군을 하고 돌아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기가 막히고 맥이 풀렸을 법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성과가 꽤 컸다. 3개국은 모두 자원부국이고 지정학적 의미가 큰 요충국들이다. 이 지역 고려인들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핏줄이자 교류와 협력 면에서 큰 잠재력을 지닌 자산이다. 박 대통령은 이들 국가들과 수십 조 원에 달하는 경제 협력 틀에 합의했고, 정부 외교비전의 한 축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발판을 구축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한을 품고 살아온 동포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런 정상외교의 성과를 부각시키고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할 판에 총기 참사에 묻히고 빛이 바랬다. 그렇지 않아도 문창극 총리후보자와 적격 논란에 휩싸인 일부 장관후보자 문제로 귀국 비행기 안에서 마음이 무거웠을 박 대통령이다. 자신은 밖에 나가 나라를 위해 뼈가 부셔져라 애 쓰는데 국내에서 받쳐주기는커녕 태클이나 걸고 너무들 한다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국정은 어차피 허들경기다.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견제와 태클은 방만하고 허술한 구석들을 흔들어 보다 단단한 기반 위에서 나라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과거 새누리당이 야당이던 시절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구사했던 태클에 비해 지금 야당의 강도가 더 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치권의 태클이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심판자 국민이 나서 휘슬을 불고 옐로 카드, 가끔은 레드 카드로 응징을 하니 너무 염려하거나 서운해 할 것도 없다. 2004년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 세력에 대한 심판,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폭거로 최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김선동 전 의원의 경우가 너무 깊게 태클을 걸었다가 레드 카드를 받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여 박 대통령이 현재 처하고 있는 상황, 즉 외치에서 이룬 성과가 내정에서의 고전으로 빛이 바래는 상황을 야당과 진보진영의 태클 탓만으로 돌려서는 안 될 일이다. 박 대통령을 진퇴양난에 빠지게 한 총리후보자 문제나 일부 장관후보자들의 적격성 논란만 해도 그렇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 대개조와 적폐 척결을 위한 진용구축 측면에서나, 6ㆍ4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소통과 동행을 촉구하는 민심에 비춰 2기 내각 인선이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금의 사태는 그런 민심과 시대적 요청을 외면함으로써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월드컵 국가대표가 알제리와 경기에서 전반에 슈팅 한번 못 날리는 졸전을 펼치다 결국 4대 2로 참패하자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많다. 러시아에 이어 알제리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박주영 원톱을 고집하는 홍 감독의 모습에서 계속되는 인사실패에도 김기춘 비서실장을 감싸는 박 대통령의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오버랩 된다.

국정현안을 꿰뚫고 있고 성실하게 자신을 보좌하는 김 실장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편하고,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박 대통령에게 전혀 새로운 용병술을 요구하고 있다.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인 소통과 상생 마인드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인물이 지금 박 대통령에겐 필요하다.

거듭되는 인사실패는 물론이고 외치와 내치의 괴리를 극복하는 길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내치에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에도 아베 일본 총리의 고노 담화 도발 및 대북 접근, 북ㆍ러의 수상한 밀월 등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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