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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오디세이] 어느날 갑자기... '마요미'라 불리는 마초

입력
2016.06.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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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선한 역과 악한 역을 오가며 충무로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
마동석은 선한 역과 악한 역을 오가며 충무로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정현 인턴기자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스타일리스트 평구를 연기한 마동석(오른쪽)이 유명 배우 고주연(김혜수)의 앞치마를 매주고 있다. 쇼박스 제공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스타일리스트 평구를 연기한 마동석(오른쪽)이 유명 배우 고주연(김혜수)의 앞치마를 매주고 있다. 쇼박스 제공

‘영어 이름은 알렉스, 뉴욕패션스쿨 졸업, 업계의 스카우트 제의가 끊이지 않는 실력파 스타일리스트’. 간단한 인물 소개만 보면 지드래곤 같은 패셔니스타 이미지를 떠올린 만하다. 하지만 스크린에 등장하는 얼굴을 보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해당 인물을 맡은 배우는 마동석(45)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반전인 마동석 덕분에 영화 ‘굿바이 싱글’(29일 개봉)이 선사하는 웃음은 10배쯤 맛깔스러워진다.

‘굿바이 싱글’에서 마동석은 까다롭고 제멋대로인 톱스타 주연(김혜수)의 죽마고우이자 전담 스타일리스트 평구 역을 맡았다. 아들뻘 신인배우와의 염문설에 갑작스러운 싱글맘 선언까지, 날마다 스캔들을 터뜨리는 주연을 뒤치다꺼리 하느라 평구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철부지 주연을 어르고 달래는 모습이 꼭 보호자 같은데, 엄마들처럼 잔소리도 차지다.

캐릭터에 맞게 외모도 싹 바꿨다. 극중에서 소화한 의상은 24벌. 흰색 뿔테 안경과 머플러로 멋을 냈다. 영화 안에서만큼은 패셔니스타가 부럽지 않다.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마동석은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옷을 입어본 건 처음”이라며 “내겐 특수분장이나 다름없었다”고 껄껄 웃었다.

마동석(오른쪽)은 영화 ‘이웃사람’에서 악질 사채업자로 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오른쪽)은 영화 ‘이웃사람’에서 악질 사채업자로 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배우는 배우다’ 에서 폭력조직 보스로 열연한 마동석. NEW 제공
영화 ‘배우는 배우다’ 에서 폭력조직 보스로 열연한 마동석. NEW 제공

악역이란 악역은 다 해본 배우

그럴 법하다. 영화 ‘상의원’을 제외하면 그 동안 출연했던 영화나 드라마 대부분에선 단벌 신세였다. 그의 주전공인 스릴러와 액션물에서는 옷 갈아입을 일이 별로 없었다. 마동석은 데뷔 초부터 근육질 체격과 험상궂은 외모, 서늘한 눈빛으로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동석의 얼굴만 봐도 무섭다는 관객 반응이 많았다. 세부 전공은 살인마, 깡패, 조폭, 사채업자, 그리고 열혈 형사. 거칠고 사나운 그의 마초 이미지에 기댄 캐릭터들이다. 연기 또한 ‘살벌’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2013)에선 룸살롱 업소 사장이자 폭력조직 보스 ‘깡다구’로 등장했다. 주연배우 이준이 촬영장에서 마동석을 처음 보고 진짜 폭력배인 줄 알고 겁을 먹었다는 일화를 전했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악역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거의 빼놓지 않고 두루 거쳤다. 영화 ‘이웃사람(2012)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악질 사채업자, ‘살인자’(2014)에선 정체를 숨기고 시골 마을로 숨어든 살인마였다. ‘함정’(2015)에서 연기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는 ‘악의 끝판왕’이란 수식어를 달아주고 싶을 만큼 악랄했다.

흥미롭게도 인상과 달리 정의로운 역할도 꽤 많이 연기했다. ‘노리개’(2013)에선 열혈기자였고, ‘공정사회’ (2014)와 ‘악의 연대기’(2015)에선 형사로 열연했다. ‘반창꼬’(2012)에서도 소방서 반장을 연기하며 극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 하지만 이미지 변화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마동석은 “마음에 와 닿는 역할을 고른 것일 뿐 전략 같은 건 없다”며 “앞으로도 깡패든 형사든 인연이 닿는 캐릭터라면 무엇이든 연기할 수 있다”고 의욕을 내비친다.http://hankookilbo.com/vv/b94cb8cf5f5e440b93dd32cc3bab6488/3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 정의롭고 인간적인 형사를 연기한 마동석.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 정의롭고 인간적인 형사를 연기한 마동석.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도 팬들이 그를 귀엽다고 하는 이유

그렇게 열정 하나로 달려온 연기 인생. 그 길목 어딘가에서 뜻밖의 선물도 얻었다. 그 자신조차 의아하게 생각하는 깜찍한 별명들이다. 마요미(마동석+귀요미),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마쁜이(마동석+예쁜이)라 불리곤 하는 마동석은 “일부러 귀여워지려 하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마동석이 추측하는, 예쁘장한 별명의 기원은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2014)이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하려 하는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마동석은 조직폭력배 박웅철 역할로 출연했다. 나쁜 놈이지만 우직한 의리파라서 시청자들 사이에 ‘귀엽다’는 반응을 얻었다. “그 캐릭터를 보고 귀엽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는 게 마동석의 입장이다. 나쁜 놈조차 인간적으로 느껴질 만큼 마동석의 연기가 뛰어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요미’ 기원설의 또 다른 유력 후보는 영화 ‘결혼전야’(2013)다. 마동석은 국제 결혼을 앞두고 비뇨기과 문제로 고민하는 예비 신랑을 맡아 순박하고 수줍은 매력을 뽐냈다. 극중 직업은 심지어(!) 꽃집 사장이었다.

다른 설도 있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폭발한 한 초코음료 광고와 코믹한 배달앱 광고가 ‘마요미’ 태동에 큰 역할을 했다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의견을 보탠다. 네티즌은 마동석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로 병아리를 꼽으면서 그 이유로 “만지면 으스러질까 봐”라고 설명한 인터뷰를 널리 퍼 나르며 마동석의 귀여움에 자지러지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 ‘댄싱퀸’(2012)에서 게이를 연기했던 걸 상기하면, ‘마요미’의 기원은 더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베테랑’의 신스틸러 ‘아트박스 사장님’ 캐릭터도 빠뜨려선 안 되겠다.

영화 ‘결혼전야’는 마동석의 로맨틱한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씨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결혼전야’는 마동석의 로맨틱한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씨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칸? 내 목표는 오래 연기하는 것”

‘굿바이 싱글’에선 절정에 오른 ‘마요미’의 매력을 과시한다. 험상궂은 외모를 재치 있게 활용한 애드리브 대사도 웃음을 보장한다. “내가 화를 내는 장면에서 평상시처럼 연기하면 너무 무섭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톤을 조절해야 했다”고 마동석이 전한다. 그의 섬세한 코미디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7월엔 벌써부터 화제에 오른 ‘부산행’도 개봉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시사회 당시 마동석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외국 관객들이 열광해 국내 취재진 사이에 ‘칸의 진정한 주인공은 마동석’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마동석은 OCN 드라마 ‘38사기동대’ 촬영 일정으로 칸에 가지 못했다. 마동석은 “아쉽기는 하다”면서도 “내 목표는 칸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꾸준히 오래 연기하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목표다. “발전이 없다면 오래 연기할 수 없다. 꾸준히 노력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 한편으로는 성룡처럼 나만 할 수 있는 브랜드화된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손꼽힌다. ‘굿바이 싱글’ 홍보 활동과 동시에 드라마 ‘38기동대’와 영화 ‘신과 함께’를 촬영하는 중이다.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 “당분간 ‘굿바이 싱글’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마동석이 수줍게 웃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부산행’에서 마동석은 해외 영화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 NEW 제공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부산행’에서 마동석은 해외 영화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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