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6.12.20 20:24
수정 : 2016.12.20 20:24

“정윤회 씨 아들 출연료 올려 캐스팅하라고 지시”

김민식 MBC PD, 사측 ‘특혜 의혹 부인’ 반박

등록 : 2016.12.20 20:24
수정 : 2016.12.20 20:24

MBC 드라마 출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정우식.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 씨 아들이다.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민식 MBC PD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 씨 아들이자 배우인 정우식(32)의 MBC 드라마 출연 특혜 의혹을 부인한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김 PD는 19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본부장님께서는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특정 남자 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또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하여 캐스팅을 주문하신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PD와 친분이 있는 MBC 관계자에 따르면 김 PD가 사내 게시판에 언급한 특정 남자 배우는 정우식이다. 이 관계자는 “예산으로 책정된 출연료보다 더 주어야 해서 제작진이 난색을 표하자 장 본부장이 그래도 캐스팅하라 했다는 말이 돌았다”고 김 PD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는 지난 15일 장 본부장이 ‘정우식 특혜는 없다’며 사측을 통해 낸 보도자료와 상반되는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우식은 최근 종방한 드라마 ‘옥중화’를 비롯해 ‘화려한 유혹’ ‘딱 너 같은 딸’ ‘개과천선’ ‘빛나거나 미치거나’ ‘야경꾼일지’ ‘오만과 편견’ 등 지난 2년 여간 MBC에서만 7편의 드라마에 조역으로 잇따라 출연했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인배우가 한 방송국 안에서만 이 같은 이력을 쌓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장 본부장은 “MBC 오디션에 지원하기에 앞서 SBS ‘결혼의 여신’(2013년)과 tvN ‘로맨스가 필요해’(2014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배우”라고 해명했지만, 김 PD는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적도 거의 없다”고 맞섰다. 장 본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장 본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다음은 김 PD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저는 장근수 본부장님을 믿습니다.

아래 글 중에서 <표시> 안의 글은 12월 15일 올린 장근수 드라마본부장님의 입장입니다.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성장 가능성 높은 배우를 캐스팅해 그 역량이 드라마에 반영되도록 하고 이를 독려하는 것은 총괄 책임자로서 드라마본부장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본부장님께서는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특정 남자 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하셨습니다.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하여 캐스팅을 주문하신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우식은 당시 이수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도 사실이라 믿습니다.

저는 본부장님을 포함한 드라마 제작진은 그 배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믿습니다. 전처소생의 아들을 캐스팅함으로써 비선실세에게 줄을 대야겠다고 생각할 사람이 MBC 드라마 피디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수현이 아니라 정우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도 그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광한 사장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드라마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으로서 PD들에게 ‘이수현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오디션과 출연을 적극 검토해 보라’는 의도를 강조하다가 사실과 다르게 사장을 언급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일 리 없습니다.

아무리 가능성이 큰 신인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해도, 이미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검증이 된 신인을, 배역에 맞지 않고 이미지에 맞지 않고 출연료도 맞지 않는 신인을 억지로 출연시키려고 사장님을 팔았을 리가 없습니다. 난색을 표하는 후배의 의지를 꺾으려고 윗사람의 권세를 거짓으로 동원할 분이 아니라는 건 제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MBC 드라마를 위해서 하신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매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공중파 드라마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는 요즘, 회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예산을 타내기 위해 노력하던 과정에서 생겨난 불상사라고 믿습니다. 지난 몇 년간, 그 배우의 출연작 리스트에는 KBS나 SBS가 없었습니다.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MBC였습니다. ‘MBC 드라마를 위해 애쓴’ 본부장님의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슬펐습니다. 다른 방송사에는 감히 밀어 넣지도 못할 배우를 MBC에만 넣었다고요? 다른 방송사에서는 감히 시도하지 않은 비선 실세 농단을 MBC에서만 했다고요?

언제부터 드라마 신인 배우 발굴이 본부장의 일상적 관리행위였습니까? 정상적 방송사 경영활동에 간섭하고 제작 현장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사람은 누구입니까? 선배님께서 수십 년간 지켜온 MBC 드라마입니다. 앞으로도 그 제작현장을 지켜야 할 MBC 후배들을 생각해주십시오. 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켜주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말아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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