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이후 3년 만에 결론
사천에 31만㎡ 단지 조성
내년 12월 본격 사업 착수
국내 항공정비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9,000억원(민수 1조9000억원, 군수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그 동안 국내에는 항공정비(MRO)를 맡길 전문 업체가 없어 국적 항공사들도 해외 정비업체에 일감을 줘야 했다. 지난해만 9,400억원이 이런 비용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정부가 국내 항공 MRO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배경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정부지원 항공정비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정부가 항공정비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 지 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항공기 정비는 각 항공사가 직접 하기도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전문 항공정비 업체에 맡기는 게 세계적 추세다.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만 자체 정비를 하고 있을 뿐 아사아나 항공(50~60%)과 6개 저비용항공사(20~30%)는 상당 부분을 외부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에는 항공기 정비 전문업체가 없어 항공사들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정비나 보수를 위해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 몽골, 인도네시아까지 항공기를 보내야 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연 평균 7%씩 늘고 있는 국내 MRO 수요를 고려할 때 2023년 해외로 유출되는 비용이 1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산업연구원도 2020년 국내 항공 MRO 시장이 군수 부문을 포함해 4조2,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2015년부터 국내 항공정비 산업육성을 위한 3단계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규제완화와 더불어 사업자 선정도 추진해 왔다. 평가위원회는 KAI가 군용기 정비경험과 함께 국적 항공사가 가장 많이 운용하고 있는 B737 항공기의 개조 경험 등도 있어 민ㆍ군 항공기 정비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KAI는 한국공항공사 등과 함께 내년 3월 항공정비 전문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에 31만㎡ 규모의 MRO 단지를 조성하고 정비인력채용 등 사업 준비를 마친 뒤 내년 12월부터 사업을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는 MRO 전문기업이 설립되면 2026년까지 2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수입대체 1조6,800억원, 생산유발 5조4,000억원 등 7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 제작산업과의 동반 성장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KAI를 중심으로 MRO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우 진주ㆍ사천 등 경남 서남부지역이 미국 오클라호마나 싱가포르 등과 같은 MRO 산업 중심지로 성장해 국가균형발전 촉매제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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