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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朴, CJ '좌편향' 찍더니 8.9조 투자 약속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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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朴, CJ '좌편향' 찍더니 8.9조 투자 약속 받아

입력
2017.04.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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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가 투자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알려진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CJ가 투자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알려진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CJ 약속’이란 문구가 ‘VIP’ 표시가 된 수첩 뒤쪽에 쓰였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6년 10월 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꺼낸 말을 받아 적은 것으로, 그 아래에는 ‘K-컬처밸리 1조 → 1.4조, 한식 세계화 K-Food, KCON 평창’등이 적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CJ의 투자 약속을 확답 받고는 안 전 수석에게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K-컬처밸리는 경기 고양시에 지어질 한류 랜드마크로 박 전 대통령이 강조한 핵심 사업이고, ‘KCON’은 CJ E&M이 주최하는 한류문화 행사다. 박 전 대통령은 하루 뒤 CJ의 총 투자액까지 안 전 수석에게 알렸다. 수첩에 ‘CJ’와 ‘2017년 말 8.9조’란 문구로 연결돼 있다.

이는 대통령의 정상적인 투자 촉구로 보긴 힘든 측면도 있다. ‘CJ 약속’은 이재현 CJ 회장을 지난해 8월 특별사면한 두 달 뒤의 일이다. ‘사면을 대가로 한 거래’ 내지 ‘미운 털 박힌 기업의 팔 비틀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CJ는 ‘좌편향’ 기업으로 찍힌 기업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 영화 ‘변호인’에 투자했다가 청와대 심기를 건드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2013년 “문화계 권력을 좌파가 잡고 있는데, CJ와 롯데가 그렇다”면서 CJ 영화에 제작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질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해 9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CJ 등 투자자가 협조하지 않아 문제”라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측근들을 CJ사업에 참여토록 직접 지시한 것도 확인된다. 2014년 10월 24일자 ‘VIP’ 메모에는 ‘CJ 실무, 차 감독, 이동수’라 적혔다. 차 감독은 최순실(61)씨와 이권사업을 추진한 차은택씨이고, 이동수씨는 최씨 입김으로 박 전 대통령이 KT에 임원으로 꽂아준 인물이다. 실제로 차씨는 K-컬처밸리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2015년 3월 18일 ‘차은택 본부장’이라 적힌 수첩에는 ‘CJ 소극적’이란 대목도 나온다. 차씨가 전한 CJ 평가가 고스란히 박 전 대통령 귀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미운털 박힌 기업에 집요하게 투자를 압박한 정황들은 박 전 대통령이 임기 내 치적을 보여주려는 강박감 탓이란 지적이다. 2015년 11월 4일자 안 전 수석 메모를 보면, 김 전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창조경제의 조속한 성공사례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To-Do 혁신센터 대기업 약속 이행점검, 투자’ 등을 적었다. 이명박 정부의 특혜를 받은 것으로 지목돼 박근혜 정부에서 곤혹을 치른 롯데의 경우에도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 활성화와 농업 6차 산업화 시행을 롯데 등과 연계해 시행하라고 안 전 수석에게 주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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