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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고(申告)에 이름표를 달아주자

입력
2016.12.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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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금이라고도 불리는 석유는 현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사실 이 석유가 처음 땅속에서 채굴한 원유 상태일 때는 여러 물질이 섞여 있어 거의 쓸모가 없다. 증류탑에서 원유에 포함된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성질에 따라 분리해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현행 법령에는 무려 1,300여개의 신고가 규정되어 있는데 이 신고도 원유와 같다. 이름은 똑같이 신고인데 그 안에는 다른 성격의 신고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법령을 30여 년간 봐 온 필자도 헷갈릴진대,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얼굴이 비슷하게 닮은 쌍둥이가 똑같은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본래 신고는 신고서나 첨부서류가 갖춰져 있으면 접수기관에 도달된 때 바로 신고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기존의 허가제나 등록제 중 규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규정을 규제 완화를 위해 신고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본래의 신고와는 다른 유형의 신고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본래적 의미의 신고와 새로운 유형의 신고가 모두 신고라는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기 때문에 신고를 하는 국민이나 신고를 받는 공무원 모두가 이 신고가 본래의 신고인지 새로운 유형의 신고인지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법제처는 이렇게 혼란스럽게 섞여 있던 두 가지 유형의 신고를 명확하게 분류하려고 한다. 각각 신고에 각기 다른 이름표를 달아주어,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국민 누구나 법령만 보아도 신고를 한 뒤에 행정청에서 ‘신고수리를 해야’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또는 신고서와 첨부서류만 제출하면 ‘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법제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고 민원이 보다 빠르게 처리될 수 있도록 수리가 필요한 신고의 경우에는 법령에서 정한 처리기간 내에 신고수리 여부를 민원인에게 알리지 않거나 처리기간을 연장하지도 않으면 신고를 수리한 것으로 보는, 이른바 신고수리 ‘간주(看做)제’도 함께 도입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앞으로는 식당 간판을 설치하기 위해서 옥외광고물 설치신고를 한 경우, 20일이 지나도록 신고수리를 할 것인지 처리기간을 더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 민원인이 행정청으로부터 아무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바로 신고가 수리된 것으로 보고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신고수리 간주제가 도입되면 신고가 언제쯤 수리될지 예측할 수 있게 되어 국민생활이 보다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월 2016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가 있었다. 법제처의 신고제도 개선방안이 44개 중앙행정기관 중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국민중심의 법제도적 개선을 통해 공직사회 전반에 적극적인 업무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보스턴의 펜웨이파크 야구장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그곳에서 야구가 아닌, 스키대회를 열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스키점프대와 슬로프도 설치하고 말이다. 이렇게 야구장을 스키장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야구시즌이 아닌 시기에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법제처도 현행의 신고제에 대하여 혁신적인 변화를 주려고 한다. 누구라도 쉽고 편한 신고제도로 바꾸어 이른바 ‘국민 중심 신고제’로 재탄생시키려고 한다. 아무쪼록 신고제도 개선을 잘 마무리 지어 국민이 쉽고 편하게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정부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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