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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위해…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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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위해…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

입력
2017.02.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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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샘의 부모지식&기술 <8> 자녀 위해…사람 사는 세상 만들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8년 전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때 방과 후 한 남자아이가 내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교육열이 높아요?” 칠판에 세로로 직선을 그린 다음 위에서부터 아래로 1000, 500, 300, 100이라고 쓰고 말했습니다. “이 숫자는 월수익이라고 하자. 너는 직장을 가졌을 때 어느 정도면 좋겠니?” “당연히 맨 위죠.” “맞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수익을 바라지. 하지만 그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아. 이런 직업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좋은 대학, 관련 학과를 가야지요.” “그래.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공자님이 이야기한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이런 배움에 대한 즐거움에서 오는 게 아니야. 교육열의 밑바닥에는 바로 여기에 있어.”

100 이하를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한 달에 백만원도 벌기 힘든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나만 괴로운 게 아니라 내 자식도 힘들겠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공부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떤 대학을 가기 위해서,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서지. 그건 바로 그 대학에 가지 않으면, 그런 직업을 갖지 않으면 이 사회를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야. 교육열이 기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못하면 이 사회에서 살기 어렵다는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거야.”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회

아직 탄핵이 인용 되지는 않았지만 대선을 준비하는 여러 후보들이 교육정책들을 내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을 실시하면 교육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8년 전 제자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회에서는 그 어떤 교육정책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욕구와 직업

부모의 지식과 기술에 대해 살피면서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여러 번 다루었습니다. 욕구를 충족하는 것과 좌절된 욕구를 다루는 것은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클레이턴 폴 앨더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생존의 욕구, 관계의 욕구, 성장의 욕구를 이야기합니다. 이를 직업과 관련해서 살펴봅시다.

생존에 대한 두려움

우리가 이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먹고 살아야 합니다. 먹는 것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직접 가꾸거나 돈을 주고 사야 합니다. 직업의 첫 번째 목적은 생존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잃게 되면 당장 먹고 살 일이 너무나 두려운 사회입니다. 성적에 따라 학교와 학과가 정해지고, 직업이 정해지고, 급여가 정해지고, 살아갈 삶의 모습이 정해집니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

먹고 사는 것과 함께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관계가 좋으면 성과가 좋아지고 관계가 나쁘면 성과도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의 관계를 살펴보면 기쁨 보다는 두려움이 많습니다.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 것은 좀 위험한 사회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미움받지 않으려면 적당히 눈치보고 감추면서 살아야 합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 보다는 나이나 직업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 의한 차별이 심한 사회입니다.

성장에 대한 두려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의미를 두는 것을 하면서 보다 나은 나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욕먹고,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적당하게 튀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최고의 인기를 누립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생존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직장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두렵게 하는 사회의 문제인 것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외국에 있던 생산공장을 23년 만에 독일로 철수했습니다. 이전에는 600명이 1년 동안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단 10명의 사람과 6대의 로봇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590명은 직장을 잃었습니다. 아디다스만이 아니라 다른 공장들도 그렇게 되겠지요. 100명 중 2명만 남고 98명은 직장을 잃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아디다스에서 만든 신발은 누가 사서 신을 수 있을까요? 다른 공장에서도 100명 중에 98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텐데요. 생산량은 더 많아져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과학 기술에 의해서 세상이 변화하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회, 경제 시스템도 변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은 우리가 살았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서 일을 해야 했다면 우리 자녀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충분한 세상을 살아갈 겁니다. 문제는 생산량이 늘어도 분배가 정의롭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발달에 의해 늘어난 생산량을 정의롭게 분배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제 정상으로 돌려놓자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상당히 역행했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보산업(IT)의 기틀을 다졌고, 참여정부 시절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지난 10년 동안 이를 다시 되돌렸습니다. 보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국정을 농단하는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참 놀랍습니다.

자녀가 이 세상에 자립하고 공영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양육에 대해 꼭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칼럼과 함께 좋은 책들을 읽으면 도움이 되겠지요.

자녀양육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택

어떤 교육정책을 도입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생존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사회, 차별이 없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 자신의 가치를 발현하는 기쁨으로 가득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상을 향하지 않으면 언제나 길을 잃고 헤매기 마련입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땅 파고 굿하던 세력이 이미지 세탁하고 다시 이 나라를 움켜쥘 것인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세력이 정권교체를 해낼 것인지도 우리의 삶과 자녀교육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유진 세종 온빛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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