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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얽혀있는 일들을 대하는 법

입력
2017.06.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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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굵직한 과제들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가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내용이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는 기업과 정부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기업은 영미국가에서의 유연한 노동시장을 모델로 든다. 하지만 그들 국가는 해고도 용이하지만 다시 취직하는 것도 쉽다. 파견사원이라는 이름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시를 내리면서 인력을 활용하되, 고용에 수반되는 책임은 지지 않는 행태가 흔하다. 급기야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비정규직증가는 이미 사회문제여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미세먼지의 해결은 생존의 문제이다.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미세먼지 관리를 잘못했다고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례가 나왔다. 중국이 유발하고 있는 미세먼지는 심각하지만 국제법이라는 것이 사실 힘이 없으면 관철할 만한 뚜렷한 수단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일단 내부적으로라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화력발전소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탈원전 정책이 함께 논의되면서 에너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그렇다고 원전으로 계속 내달릴 수도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수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의 에너지에서 대체에너지로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제품가격 인상이라는 복병이 있다. 에너지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더 큰 문제는 바로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은 가계부채의 주요원인이다. 전 정부는 경기부양의 방편으로 빚을 내어 부동산을 사라고 독려했고 DTI와 LTV 규제도 완화하였다.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부동산은 토건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온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정책대상이자 수단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을 둘러싸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OECD 주요국 중 우리만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소득, 높은 부동산 가격, 엄청난 사교육비 등은 출산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하게 했다. 1984년 이전에는 연간 평균 출생자가 70만 명대였지만, 지금은 30만 명대이다. 출산율의 하락은 생산가능인구의 축소와 함께 내수시장의 위축을 가져온다. 이대로라면 현재의 복지시스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2035년이면 75세 이상이 700만 명에 달한다. 반면 이들을 부양해야 할 청장년층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세대 간 갈등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이제는 세대 간에 사회적 재화와 역할의 재편에 대해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

문제는 하나지만 그 원인과 영향은 다양하다. 다양성은 결국 각자의 이해관계로 치환되며, 찬성과 반대로 표출된다. 따라서 쾌도난마식 답을 내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몇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영향을 받는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결정인가, 둘째, 명확한 통계가 있으며, 통계의 편제방식은 공개되는가, 셋째,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척도로 상황을 평가했는가, 넷째, 평가를 기초로 한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한가, 다섯째, 의사결정에 참여의 기회는 주어졌는가 여섯째, 다른 대안을 모색해본 적이 있는가 이다.

이들 요소들은 모두 원칙과 기준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복잡할수록, 얽혀있을수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일에 먼저 집중해야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관성은 신뢰로 연결된다. 정부가 바로 답을 내려고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하며, 정치권과 국민들도 정부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주어야 하는 이유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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