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지후 기자

등록 : 2017.06.14 20:00
수정 : 2017.06.15 08:26

본격화하는 文 정부 ‘탈(脫) 경쟁 교육’

등록 : 2017.06.14 20:00
수정 : 2017.06.15 08:26

文 정부, 일제고사 폐지로 ‘학교 줄 안 세우기’ 정책 스타트

성취도 끌어올리기 등 학교 간 소모적 경쟁 해소될 듯

외고ㆍ자사고 폐지, 고교 입시 시기 일원화 잇따를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새만금 신시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초롱초롱동요학교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정부가 14일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전환하면서 ‘학교 서열화 철폐’ 행보의 첫 걸음을 뗐다.

“정부가 지향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교육’ 철학과 맞지 않다는 판단“이라는 게 이런 결정을 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박광온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로써 전국의 모든 중3, 고2 학생이 매년 치렀던 학업성취도평가 방식은 일부 학교 학생들(대상 학생의 3%인 2만8,646명)만 시험을 보는 형태로 전환된다.

2008년부터 전수평가로 시행된 일제고사의 폐지는 교육계가 줄곧 촉구해 온 사안이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위해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아침 자습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를 강요하거나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수업을 실시하는 등 왜곡된 경쟁을 부추겨 왔기 때문이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대구교육청이 4월 각 학교에 일제고사 대비로 교육과정을 저해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최근까지도 각 지역교육청은 컨설팅단을 운영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수를 줄이기 위한 반교육적 행태를 조장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폐지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교육 현장의 ‘탈(脫) 경쟁’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심을 끄는 것은 외국어고ㆍ자율형사립고ㆍ국제고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후 이들의 폐지를 약속하며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해당 학교측과 학부모, 동문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서울시교육청이 이달 28일께 발표 예정인 5개 외고, 자사고, 국제중 재평가 결과와 이에 따른 교육부 대응이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외고, 경문고ㆍ세화여고ㆍ장훈고(자사고), 영훈국제중은 2015년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2년 후 재평가’ 판정을 받았다. 올해 재평가에서도 60점 미만(100점 만점)의 점수를 받으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데, 교육청이 지정 취소를 하고 교육부가 승인 해야만 일반학교로 전환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고ㆍ자사고 폐지가 필요하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는 만큼 설립 취지와 목적, 평가 결과 등을 면밀히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13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외고ㆍ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고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등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수능 절대평가 및 자격고사화, 고교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 등을 공언하며 ‘줄 세우기’ 식 교육의 원인이 되는 제도를 전면 손보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정부는 이르면 8월 수능 개편안 발표에서 이 같은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선 이런 ‘탈 경쟁’이 결국엔 또다른 ‘줄 세우기’ 제도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이 반 경쟁 기조로 동시다발적으로 변화되면 결과적으로는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이를 보완할 새로운 줄 세우기 제도가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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