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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프랑스 식민주의 옹호법 (2월23일)

입력
2018.02.2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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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독립전쟁(1954~64) 중 약 100만 명의 알제리인이 숨졌다. 사진은 62년 1월 촬영된 사진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알제리독립전쟁(1954~64) 중 약 100만 명의 알제리인이 숨졌다. 사진은 62년 1월 촬영된 사진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자크 시라크 집권기인 2005년 2월 23일 프랑스 의회가 이른바 ‘2월 23일 법’을 가결했다. 법의 취지는 역대 프랑스 주권이 행사된 영토에서 프랑스를 위해 싸웠거나 희생된 국민 및 재외국민의 노고를 기린다는 거였지만, 주권이 미친 영토란 다시 말해 16세기 북미를 시작으로 확장된 제국주의 프랑스의 해외 식민지를 지칭하는 거였고, 그 지역 친불 인사들의 노고를 기린다는 의미였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에는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 편에 가담해 전쟁을 치른 20여 만명의 ‘아르키(harkis)’, 즉 알제리 해방운동 진영에서 보자면 친불 반역자로 62년 독립 이후 처형된 수많은 이들이 애국자가 되는 셈이었다. 그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을 건립하고 보상 기준까지 마련한 저 법은, 명목은 ‘역사 화해의 법’이었으나, 제국 프랑스를 긍정하는 역사 퇴행의 법이었다. 더욱이 법 4조는 “학계 연구프로그램은 해외, 특히 북아프리카에 프랑스가 미친 영향에 대해 역사적으로 적절한 위상을 부여”해야 하며, “학교(국립고교)는 그 지역, 특히 북아프리카에서 프랑스가 미친 긍정적인 측면(positive aspects)을 인정하고, 프랑스군의 희생에 각별한 위상을 부여”할 것을 규정했다.

대중운동연합(UMP) 중심 우익 과반 의회의 법 추진에 좌파 의원들이 먼저 반발했고, 진보 사학계와 국내외 여론이 프랑스 정치 퇴행을 비난했다. 프랑스사회과학고등연구소 역사학 교수 제라르 노와리엘은 “법이 교육의 정신을 훼손하며 역사의 공식버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반인종주의 NGO인 MRAP(Movement Against Racism and for Friendship between Peoples)는 “2월 23일 법은 지성에 대한 모독이고, 민주주의의 부정이며, 역사 현실에 대한 거부이며, 학문 자유의 훼손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제국주의 희생자들에 대한 능멸이다”라고 논평했다. 사학자들은 ‘리베라시옹’에 게재한 공동성명을 통해 “역사는 뉴스의 노예가 아니며, 법으로 제어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우파 의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듬해 초 법 4조를 폐지했다. 그는 “공화국에 공식 역사란 없다. 역사 기술은 사학자들의 일이며, 법이 그 역할을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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