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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구상' 다시 시동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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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구상' 다시 시동 건다

입력
2017.10.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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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부회장 용퇴 계기로

‘스타트업 삼성’ 경영철학

내년 3월 주총까지 속속 추진

글로벌 CEOㆍ여성 이사 영입 등

이사회 중심 경영 이뤄질지 관심

지난 2012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식장에서 당시 사장이었던 이재용 부회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2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식장에서 당시 사장이었던 이재용 부회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3일 전격 사퇴를 선언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 달여 전인 8월 28일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이 선고된 직후 최고 지휘자로 조직을 추슬렀던 최고경영자(CEO)가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말과 달리 먼저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권 부회장은 올해 들어 수차례 이 부회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과의 교감 없이 독단적으로 사임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고, 곧 단행될 삼성 사장단 인사 역시 이 부회장 의중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단순히 경영진 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재용의 ‘뉴삼성’ 구상이 구체화하는 근본적 변화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차곡차곡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총수 대행으로 나선 이 부회장이 새 경영철학으로 제시한 것이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선포한 ‘스타트업 삼성’이다. 스타트업처럼 권위주의에서 탈피한 수평적 조직문화와 자발적인 업무 몰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앞서 2014년 11월 삼성은 삼성종합화학ㆍ토탈ㆍ테크윈ㆍ탈레스를 한화에 넘겼고, 2015년 10월 삼성정밀화학ㆍBP화학, 삼성SDI의 화학 부문을 롯데에 팔았다. 업계 평균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던 계열사 매각은 충격을 던졌지만 삼성은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큰 그림의 일부분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지만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에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과 구분하기 위한 ‘뉴삼성’이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지난해 3월 정관을 개정했고, 같은 해 11월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저보다 훌륭한 분이 계시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삼성 계열사들의 경영 전면에 나선 것도 이사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아직 완성과 거리가 멀다.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 9명 중 사외이사 5명은 모두 비기업인 출신 한국인 남성이다. 이 부회장이 부러워한 구글이나 애플처럼 글로벌 기업 CEO 출신이나 여성 사외이사는 없다.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도 지난해 말부터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내년 3월 정기 주총은 삼성전자의 이사회 중심 경영체계가 확립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부분 계열사 CEO를 맡고 있는 삼성그룹 2세대 전문경영인 교체 폭은 뉴삼성으로의 변화 정도를 가늠할 척도가 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변화의 범위와 깊이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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