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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안희정의 ‘독한’ 출마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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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안희정의 ‘독한’ 출마선언

입력
2017.01.2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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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 씨어터에서 ‘19대 대통령 출마선언을 위한 5시간 전무후무 즉문즉답’을 진행하며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굿 씨어터에서 ‘19대 대통령 출마선언을 위한 5시간 전무후무 즉문즉답’을 진행하며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안희정 두 번만 대통령 나가겠다고 하면 (국민들) 정말 고생이겠다 싶으시죠?”(웃음)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장을 가득 메운 400여명, 전국 각지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한 4,000여명의 시민들과 장장 5시간 동안 함께 한 마라톤 토론에서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다 대뜸 이런 말을 내뱉었다.

대선 출정식에서 국민들에게 서슴없이 ‘고생길’을 열어준다고 할 만큼 안 지사는 기성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입에 발린 화법을 구사하지 않았다. 안 지사의 대선출정식인‘전무후무 즉문즉답’은 형식도 형식이지만, 그 내용도 여러 모로 ‘독한’ 출마선언이었다.

안 지사는 “대통령 한 사람 뽑았다고 해서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 주권자 여러분이 참여하는 게 새 정치다”고 역설하며 주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 모두의 희생과 의무 없이는 결국 배신으로 돌아올 뿐이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선 정치 지도자 한 사람의 리더십이 아닌 온 국민이 주권자로서 행사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 지사가 내건 출마 캐치프레이즈도 ‘함께 바꿉시다’였다. 진지하면서도 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다큐와 예능을 오간 안 지사의 ‘원맨쇼’에 소극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시대교체 안희정”을 외치며 화답했다.

“민주당 누가 돼도 정권교체, 중요한 건 미래”

평소 즐겨 입던 정장 차림과 달리 회색 목폴라에 가디건을 걸치고 무대에 오른 안 지사는 이날 현장 객석은 물론 SNS상에서의 실시간 채팅을 넘나들며 쌍방향 소통을 나눴다. 점심은 ‘컵밥’으로 해결했다. 50대 지도자로서의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였다.

안 지사의 독한 출정식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전 대표였다. 그는 ‘안희정의 말은 어눌하다’는 온라인 상의 질문을 받고선 “나는 원래 말 잘한다. 그간 말문이 트이지 않은 이유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 때문이었다”며 “때릴(공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 전 후보 얘기를 일체 안 하니 ‘차차기에 도전하는 거냐, 쉴드 치러 나온 모양이다’는 말이 나와 얘기를 잘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누구를 비판하기보다는, 다음 정부를 어떤 사람에게 맡겨서, 어떤 대한민국으로 나갈지 (미래를) 묻기 시작했다”며 “비로소 저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안 지사는 “지금은 민주당 웬만한 후보를 넣어도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며 단순히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30년을 내다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이 만드는 대한민국보다 안희정의 대한민국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적폐청산 등을 부르짖는 데 대해 “아무런 대안 없이, 내일이 되면 과거가 될 문제를 얘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고,‘청와대 집무실 정부청사로 이전’ 공약에 대해서도 “대안이 아니라 너무 낮은 정책이다”라고 일갈했다.

안 지사는 당원 및 야권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문빠’(문재인 열성지지자)가 너무 세서 경선 하나마나 라고 하는데 친노 그룹을 너무 띄엄띄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시대정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띄우고 가라앉히는 민심과 같은 게 친노 정신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니가 동생이니 다음에 하라’ 하면 얼마나 마음이 상하겠느냐”며 “저의 비전에 대해서도 똑같이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안 지사는 “형제의 뺨을 때리는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거나 “우정과 우애를 잃어선 안 된다”며 무원칙한 네거티브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새 정치

다만 이날 안 지사가 발표한 출마선언에 드러난 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졌다. 여타 대선주자들이 ‘뭘 해주겠다’고 쏟아내는 이른바 혹 하는 한 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 지사는 “선거는 미래의 희생과 비전을 얘기해야지, 이익과 지지를 교환하는 공간이 돼선 안 된다”며 포퓰리즘을 거부했다. 당장의 표를 구걸하고자, 지지율을 높이고자 특정 계층과 지역을 겨냥한 공약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복지 공약과 관련해서 안 지사는 “국민은 공짜 밥과 눈먼 돈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혜적 포퓰리즘 정치에 마침표를 찍자고 했다. 복지 철학과 관련해서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당시 구명보트에 태웠던 순서를 예로 들며 노인 아동 장애인을 향해 국가재정이 우선 편성돼야 하고, 이후에는 근로와 복지를 연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단순한 중도 아냐” 통합과 협치의 새 노선

최근 개별 현안에서 ‘우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안 지사는 안정감과 통합 등을 강조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야성을 기대했던 지지층들이 수용하기엔 서운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정공법으로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안 지사는 “가치와 이익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5천만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자신의 국정 철학을 설명했다. 이에 기초한 출마선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합과 협치였다. 정치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집권 시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넘기고, 국가외교안보전략회의를 구성해 초당적으로 국론을 모아가겠다고 했고, 경제에선 역대 정권에서 취한 긍정적 정책들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통합을 앞세워 적폐 청산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는 어떤 불법행위도 없던 일로 덮어주자고 얘기한 적은 없다. 저는 가장 적극적인 과거청산형 지도자”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같은 반민주적인 정치는 발을 못 붙일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안 지사는 이와 관련해 “단순한 중도 노선이 아니다. 새로운 진보 노선이자 민주주의 노선이다”며 “정직하게 소통하는 정치가 새로운 젊은 정치인 안희정을 스타 플레이어로 만들 것이다”고 주장했다.

“왕자병(?) 안희정과 밀당을 부탁해”

출정식 중간 무대에 오른 안 지사의 부인 민주원 여사는 “그간 안 지사가 (대중들이) 자기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고 힘들어 하길래, ‘자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시라’고 조언을 했더니 ‘내 입으로 어떻게 내 자랑을 하냐’고 되묻더라”며 “여러분들도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약간 왕자병이 있다.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지만, 선을 잘 그어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민 여사는 “오래오래 끝까지 밀고 당겨주셔서, 갈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나가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고, 기존 정치권 문법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안희정 표 새 정치’가 성공하기 위해서 국민들이 가감 없는‘피드백’에 나서달라는 부탁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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