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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수소 국산화, 軍·조선업계가 반기는 까닭은

입력
2014.07.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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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연구팀이 국내 처음으로 생산·저장 기술 개발해 벤처 창업

연료전지자동차 성능 높여 주고 무인항공기 체공시간 늘려 줘

김서영(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액체수소 제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렇게 만든 액체수소를 직접 설립한 벤처기업을 통해 실험실과 기업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KIST 제공
김서영(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액체수소 제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렇게 만든 액체수소를 직접 설립한 벤처기업을 통해 실험실과 기업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KIST 제공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연료는 러시아 로켓들과 같은 등유(케로신)였다. 우주 선진국들은 요즘 로켓 연료로 대부분 액체수소를 쓰지만, 자체 기술이 없는 우리나라는 러시아 기술을 배워왔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액체수소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도 없었다.

사실 과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액체수소가 절실했다. 연료전지자동차나 무인항공기, 초전도체 등의 성능을 높이거나 상용화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다 쓰기도 쉽지 않다. 우주나 군사기술에 많이 활용되는 액체수소를 자유롭게 수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과학자 3명이 소규모 벤처기업을 만들어 국내 액체수소 보급에 물꼬를 텄다. 이들은 올 초 국내 처음으로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5월 ‘하이리움산업’을 설립했다. 대표를 맡은 김서영 KIST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이미 몇몇 연구실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와 선박 업체 등 산업계에서도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여 공동으로 기술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협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하이리움산업이 개발한 액체수소 기술의 핵심은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수소를 냉각시키는 동안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절하느냐다.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도전했지만 난이도와 위험성, 경제성 등을 이유로 포기하거나 실패를 거듭했던 기술이다.

수소는 원자핵(원자의 중심을 이루는 입자)의 상태에 따라 2가지 종류(오쏘, 파라)로 나뉘는 유일한 물질이다. 기체 상태일 땐 오쏘와 파라 수소가 75대 25 비율로 존재한다. 이를 액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면 자체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액화와 동시에 기화(증발)해버려 결국엔 남는 게 없어진다. 이 반응을 방해하면서 오쏘와 파라 수소 비율을 0.2대 99.8로 바꿔야 액화 상태가 유지된다. 하이리움산업은 특수 냉각 방식과 촉매(화학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물질)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소를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과정에서 자칫 용기가 막히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폭발할 우려가 있다. 또 수소는 워낙 기화하려는 성질이 크기 때문에 웬만한 저장용기로는 새어나가는 걸 막지 못하고, 새어나간 수소에 불이 붙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기화 반응을 억제하고 특수용기를 제작하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엄청나 최근까지도 액체수소 수요가 많지 않았다. 기업들이 액체수소 개발에 뛰어들지 못한 이유다. 실제로 김 연구원이 액체수소 연구를 막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에는 국내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정부의 연구지원이 도중에 종료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항공우주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소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부터 액체수소가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연료로 대부분 기체수소를 쓰는 국내 무인항공기에 비해 외국의 무인항공기는 액체수소를 채택해 체공 시간이 2배 가량 길다. 로켓도 액체수소 연료를 넣으면 한번 쏘아 올릴 때 케로신에 비해 더 많은 무게를 실을 수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세운 중국이 액체수소 로켓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케로신 로켓이라면 열 번 쏴야 할 걸 액체수소 로켓은 다섯 번만 쏘면 된다.

현재 연료전지자동차는 대부분 연료로 기체수소를 쓴다. 그런데 기체수소의 저장 밀도는 액체수소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공간에 액체수소가 훨씬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업이나 의료, 생명공학, 식품보관 등의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 소재로 여겨지고 있는 초전도체는 액체수소가 있어야 실현이 가능하다.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체 만의 특성은 수소가 액체상태로 존재할 정도의 극저온에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연구개발이나 시운전용으로 일부 연구기관과 기업에 공급하는 틈새시장 전략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며 “특히 달 탐사가 현실화할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우주기술 종속국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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