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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의 삶이 있는 풍경] 노란리본셀카 릴레이캠페인

입력
2016.04.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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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수요일, 오늘은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살만한 세상을 만들겠다며 선거운동기간 동안 전국을 들썩이게 한 여러 후보자들의 구호는 지난 자정을 기해 조용히 잦아들었다. 온 종일 투표소를 향하는 유권자들의 걸음이 사방에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거짓 아닌 진실함으로 존엄한 삶의 가치를 지키며 일상의 소중함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일꾼들이 제대로 선출되기를 무척이나 고대하고 있다.

나는 사전투표일에 미리 맘에 둔 후보자와 정당에 표를 던졌다. 매주 수요일마다 5·18광주민주항쟁 고문피해자들과 진행하는 사진치유프로그램을 위해 새벽같이 광주행 KTX를 타야 하기 때문에 혹시나 생각지 못한 변수라도 새겨 소중한 권리행사를 놓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여름과 겨울 각각 한 달씩을 제외하고는 3년 째 매주 광주행 걸음을 이어 오고 있다.

오늘로부터 딱 727일 전인 2014년 4월 16일.

요즘처럼 봄꽃 향기 가득한 수요일 아침이었던 그날에도 나는 김포공항에서 광주행 비행기를 타려던 중이었다. 공항 TV화면에서 제주행 대형여객선인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긴급뉴스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전원구조’라는 속보가 이어지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었다. 그러나 일정을 마치고 귀경길에 오른 늦은 저녁시간, 모든 것이 오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망연자실했던 그날 이후 누구도 이유를 알 길을 밝혀주지 못하는 답답한 시간이 무겁게 흘러갔다. 유가족을 비롯한 ‘산 자’들의 이유 있는 아우성은 나랏일을 맡은 책임 있는 자들의 ‘냉담’ 아래 철저히 외면되었고, 더 이상 봄날이 될 수 없는 4월 16일은 여전히 바다에 갇힌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더해 모두 304명의 꽃 같은 숨을 머금고는 그만 통곡의 벽이 되어버렸다.

더 말해야 무엇을 할까마는, 솔직히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코앞에 두고 치러지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이 통곡의 벽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당리당략을 떠난 진실의 힘을 우선할 줄 아는 이들이 훨씬 많이 당선되어 4월 16일이 더 이상 상처가 아닌 회복의 상징이 되기를 말이다. 더 나아가 이번 선거가 누구나 ‘헬조선’이 아닌 이 나라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평범한 소시민의 이 생각이 부질없는 허상에 그치지 않기를.

투표행위만으로는 아쉬운 탓일까. 나랏일은 물론 민생 살피는 일이야 말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으니 한 번 더 살림을 맡겨달라는 국회의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노란리본셀카’ 릴레이캠페인을 아시는지. 노란리본이나 배지뿐만 아니라 노란색 의상, 소품 등 어떤 것이든 다 괜찮다는데, 선거 결과가 어떻든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네 편 내 편 가릴 것 없이 참사 2주기를 기리며 적극적으로 동참해보면 어떨까. 더불어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까지 지지하는 센스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나와 아내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세월호 집회에 참석해 왔다. 들고 다니는 모든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았고 배지도 착용하고 다닌다. 최근 식구로 새로 합류한 아기의 기저귀가방에도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 힘없는 일개 시민인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잊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행동이자 발언인 것이다. 이제 힘깨나 쓰실 수 있는 분들께서 이 릴레이캠페인에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내가 추천하는 정치인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 이상 세 사람이다. 48시간 이내 다시 각각 세 사람을 추천해야 한다고 하니 애써 얻은 표심 떨어지지 않으려면 조금 서두르셔야 할 듯싶다.

아! 한 분만 더 추천하고 싶다. 요즘 국격제고에 상당히 노고가 많으신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 “노란 리본셀카 한 컷 부탁드립니다!”

달팽이사진골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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