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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등록 : 2017.10.03 20:00

[뒤끝뉴스] 자사고 폐지, 일반고 불신 해소가 먼저 아닐까요?

등록 : 2017.10.03 20:00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에서 예비 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오세목 자사고 연합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 중3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22곳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원서접수가 두 달도 채 안 남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내달 중순부터는 이들 자사고마다 입학설명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존폐 논란에 휩싸여 그 어느 교육정책보다 팽팽한 찬반 양론이 오갔지만 자사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워 보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에 2,000여명에 가까운 학부모,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교육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이들 학교의 우선선발권을 없애기로 하는 등 정부는 자사고ㆍ외고 등 폐지 움직임에 이미 시동을 걸었습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취임 전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공식석상에서 자사고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국민의 다수 여론이 폐지인 만큼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녀의 자사고 입학을 간절하게 바라는 학부모들은. “자사고는 사라질지 몰라도 명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회사에 반차 휴가까지 써가며 앞서 자사고 연합설명회에 참석했다는 한 중3 학부모 A씨는 “일반고와 똑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는다 해도 자사고 특유의 면학분위기나 명문대 진학 노하우는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다른 중3 학부모 B씨도 “엄마들 사이에서 자사고는 공부해서 가는 곳이지 가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며 “잘하는 아이들끼리 붙여놓으면 성취도도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고 자신합니다.

이처럼 자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희망의 이면에는 결국 일반고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들도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말대로 “자사고가 사교육을 조장하고 입시학원처럼 운영되는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중2 학부모 김미정(46)씨는 “아이가 먼저 ‘일반고에 가면 한 반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 엎드려 잔다더라’ ‘수업 질이 확실히 차이 난다더라’는 말을 꺼냈다”며 “정부가 (자사고를) 무작정 폐지하자 고만 할 게 아니라 일반고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학부모들의 우려를 없애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사고의 운명은 이달 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폐지와 유지 중 최종 방향이 어떤 쪽이 되든 반발과 사회적 혼란은 비켜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분명한 건 자사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식지 않은 관심이 보여주듯 ‘특권학교는 사라져야 한다’는 명분만으로는 이 반발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일반고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당국의 충분한 검토 및 개선과 더불어 대학들의 공정한 입시시스템 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1년 유예된 결과 더 큰 혼란을 부른 수능 개편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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