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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금 올려 노인과 일자리에 쓰자

입력
2016.08.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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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현재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18%대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몇 년간 재정적자가 지속하고 있다.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고려할 때 증세를 고려할 시점이란 점은 분명하다. 증세한다 해도 48%에 달하는 소득세 면세자 축소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중하위 소득층에도 납세의무를 적용하려면 고소득층의 솔선수범이 불가피하다. 면세자 축소와 소위 부자증세는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자녀가 용돈 올려 달라면 부모는 일단 내키지 않는 법이다. 자녀가 ‘씀씀이를 더 절약하겠지만 용돈이 더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해야 부모는 지갑을 열게 된다. 다시 말해 증세는 정부의 지출효율화 노력을 약화해서는 안되며 어떻게 쓰겠다는 목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더 늘어난 세수가 쓰여야 할,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분야는 무엇일까. 그것은 노인복지와 청년 일자리 대책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복지지출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남유럽식 재정파탄이다. 한번 확대된 복지는 줄이기 어렵고 늘기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인복지와 일자리 대책을 위한 세금의 역할은 미래에는 감소할 것이다. 증세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먼저 노인복지에 대한 세금의 역할이 감소하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65세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36%에 머문다.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50%인데 이는 OECD 평균인 1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은퇴 노인의 소득이 낮은 것은 어디나 마찬가진데도 빈곤율 차이가 큰 것은 결국 연금 때문이다. 우리는 연금 없는 노인을 위해 세금을 걷어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다행히 연금 수급률은 20년 후엔 65%에 가까워진다. 대부분 국민이 연금을 받게 되면 정부가 세금으로 노인을 부양할 필요가 줄어든다. 정부는 연금 가입률과 34만원 월평균 수급액을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 미래의 노인복지는 세금보다는 연금이 담당하게 될 것이나 그 전까지는 세금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복지의 최우선 과제는 각자가 젊을 때 연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쓸 돈도 없는데 미래를 위해 강제로 저축을 더 해야 하다니….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한편 일자리 분야 재정지출이 미래에 감소하는 이유는 인구구조 때문이다. 지금 구직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은 대체로 1980~2000년생인데 이땐 보통 한 해에 70만명 내외가 태어났다. 요즘 신규 취업자 수는 매년 30만~50만명에 불과하니 청년실업이 심각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출생아 수는 2000년의 64만명에서 2002년에는 49만명, 2015년에는 43만명으로 떨어졌다. 향후 일자리가 더 준다 해도 10년 후의 청년고용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즉 일자리 관련 재정의 역할은 지금이 가장 절박하다. 세금을 더 걷어 고용서비스, 직업훈련, 고용장려금 등에 써야 한다. 이러한 지출이 우리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5%에 불과한데 이는 OECD 평균인 0.53%에 못 미친다.

증세란 저항을 초래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세율조정을 성역처럼 여기고 있다. ‘증세 없다’는 대통령 공약이 있었으니 현 정부의 입장은 이해된다. 그러나 과거부터 매년 세법개정은 하면서도 세율을 건드리는 일은 흔치 않았다. 이자율은 매달 결정하고 있지 않은가. 세율도 정책수단이다. 연간 1회 정도는 정책목표에 따라 인상, 인하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미래보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 나중에 이 분야에 대한 지출수요가 줄면 감세하면 된다. 증세를 두려워 말고 세금 더 걷어 노인복지와 청년 일자리에 쓰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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