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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고국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린 ‘코리안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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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고국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린 ‘코리안메시’

입력
2017.05.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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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U-20 월드컵 A조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특유의 자신만만한 포즈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이승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U-20 월드컵 A조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특유의 자신만만한 포즈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리오넬 메시(30ㆍ바르셀로나)가 아르헨티나가 아니라 한국에 있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A조 2차전을 지켜본 한 팬이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코리안메시’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메시의 고국 아르헨티나를 침몰시켰다.

한국은 이승우와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의 연속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며 지난 20일 기니전(3-0)에 이은 2연승(승점 6)으로 조기에 16강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26일 수원에서 벌어지는 잉글랜드(1승1무ㆍ승점 4)와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차지한다. 잉글랜드는 앞선 기니(1무1패ㆍ승점1)와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다가 어이없는 자책골로 1-1로 비겼다. 아르헨티나는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신태용(47)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강한 공격력을 감안해 최종 수비를 세 명 세우는 스리 백카드를 들고 나왔다. 최전방 세 명의 공격수는 가운데 조영욱(18ㆍ고려대), 좌우에 이승우와 백승호로 기니전때와 같았다.

아르헨티나는 예상대로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초반 한국은 수세에 몰렸다. 해결사는 이승우였다. 전반 18분 중앙선 부근에서 조영욱이 살짝 내 준 볼을 받아 이승우는 폭발적인 속도로 드리블했다.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코스 세네시(20)가 막으러 나왔지만 이승우의 페인트 모션에 속아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상대 수비 5명을 따돌리고 약 40여m를 단독 질주해 들어간 이승우는 골키퍼 프랑코 페트롤리(19)가 슬라이딩하는 걸 끝까지 본 뒤 왼발로 공을 툭 띄워 그물을 갈랐다. 메시가 ‘재림’한 듯한 이승우의 드리블에 2만7,000여 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를 안겼다. 이승우는 자신만만한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감동을, 상대 선수에게 절망을 안겼다.

백승호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백승호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한국 선수들의 사기는 한껏 올랐다. 전반 42분 추가골이 터졌다. 김승우(19ㆍ연세대)가 절묘한 공중 패스를 찔러줬고 조영욱이 상대 수비 뒤로 들어가 완벽한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다. 다급해진 골키퍼 페트롤리가 몸으로 조영욱을 덮쳤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백승호가 골키퍼를 완벽히 속이며 가볍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눈에 띄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 44분 골키퍼 송범근(20ㆍ고려대)이 상대 크로스를 처리하러 나오는 틈을 타, 텅 빈 골문에 때린 산티아고 콜롬바토(20)의 슈팅은 하늘로 떴다. 호세 토마스 코네츠니(19)는 평범한 볼 간수에 실패해 고개를 숙였다. 기본기가 완벽에 가까운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아르헨티나가 태극전사들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에 팬들은 쾌감을 느꼈다.

후반 5분 아르헨티나 마르셀로 토레스의 만회 골이 터지자 신 감독은 곧바로 이승모(19ㆍ포항)를 교체 투입해 허리를 강화했다. 후반 19분 이승모의 날카로운 중거리 땅볼 슈팅은 골키퍼 손에 맞고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이날 승리는 ‘바르샤 듀오’만의 공이 아니다. 상대 전술을 철저히 파악한 신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또한 무엇보다 후반 내내 이어진 아르헨티나의 엄청난 공세를 태극전사들은 공격수부터 골키퍼까지 가리지 않고 몸을 날리는 투혼으로 막아냈다. 축구 팬들을 감동시킨 90분 드라마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클라우디오 우베다 아르헨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승우와 백승호가 축구적으로, 기술적으로 역량이 매우 뛰어났다”면서 “잘 정돈된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폭발적으로 했다”고 극찬했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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