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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기아 아벨라’ 옥색ㆍ분홍색ㆍ남청색…성능보다 과감한 컬러로 주목받아

입력
2017.10.17 22: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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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엔진에 차체만 키워

“무거워 굼떠” 시장 반응 썰렁

모습 드러낸 지 6년 만에 단종

1994년 3월 기아 아벨라가 탄생했다. 아벨라는 이전의 프라이드처럼 기아-포드-마쓰다 3각 협력으로 탄생한 소형차다. 국내 시판에 앞서 93년 11월부터 미국에 아스파이어, 일본에 뉴 페스티바라는 이름으로 수출됐다. 마쓰다 모델을 기반으로 기아차가 생산하고 미국 포드가 판매하는 시스템이었다. 기아차로서는 수출전략형 ‘월드카’였다. 프라이드의 후속 차종으로 개발이 진행됐지만 프라이드를 단종시키지 않고 두 차종을 함께 판매했다. 프라이드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였다.

소형차에 프라이드와 아벨라 두 개 차종을 판매하게 된 기아차는 “아벨라가 배기량은 프라이드와 같지만 외형과 성능은 프라이드와 크게 달라 프라이드와 세피아의 중간급 차”라고 밝혔다. 조금 억지스러운 주장이었다. 아벨라는 프라이드와 같은 엔진을 사용했지만 차체를 더 키워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자랑했다. 100㎏ 정도 더 무거워 프라이드에 비해 굼뜨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벨라는 4년 7개월에 걸쳐 총 3,700억원을 투자해 개발됐다. 2014년 3월 29일 기아차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신차발표회를 했다. 1.3ℓ 전자분사방식(EGI) 엔진을 장착한 해치백 형태의 3도어와 5도어 모델로 첫 모습을 드러냈다. 최고시속은 160㎞, 연비는 17.6㎞/ℓ의 성능을 보였다. 5도어 GLXi가 595만원, 3도어 GXi는 555만원이었다. 이듬해인 95년에 세단형인 아벨라 델타가 추가됐다. 준중형 모델인 세피아에 들어가는 105마력 1.5ℓ DOHC 엔진을 올린 모델도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아벨라는 성능보다 디자인, 특히 컬러로 주목받았다. 자동차는 무채색이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던 시기에 아벨라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 등 원색 계열의 컬러를 적용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컬러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로 파격이었다. 아벨라에 적용된 컬러는 모두 10종류였는데 옥색, 분홍색, 남청색 등 7가지 컬러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 시도되는 색상이었다. 립스틱을 떠올리는 진분홍색은 정말 강렬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벨라에 이어 한 달 뒤에 출시한 현대차의 엑센트 역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컬러를 적용해 컬러풀한 국산 소형차 시대를 연다. 화려하고 대담한 색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이 반영된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X세대’였다. 서태지의 등장과 더불어 주목받기 시작한 이 새로운 신세대는 전후세대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탈권위적이고 자유분방한 사고로 부모세대가 이룬 부를 향유하는, 전에 없던 ‘신인류’였다.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아벨라가 X 세대를 놓칠 리가 없었다.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과감한 컬러를 도입한 것은 바로 이 X세대를 겨냥한 것이었다.

94년 3월 첫 모습을 드러낸 아벨라는 6년여의 짧은 생을 유지하고 2000년 2월 단종된다. 불과 한 달 후에 출시한 현대차의 엑센트가 지금까지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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