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터뷰] ‘미옥’ 김혜수 "천생배우? 전도연?송강호에게 어울리는 말"

알림

[인터뷰] ‘미옥’ 김혜수 "천생배우? 전도연?송강호에게 어울리는 말"

입력
2017.11.18 08:21
0 0

[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대체불가 배우.’ 데뷔 후 약 30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김혜수의 수식어다.

김혜수는 17세에 영화 ‘깜보’(1986년)로 데뷔한 후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다. 내공을 쌓은 만큼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소신 있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김혜수 원톱 주연의 영화 ‘미옥’(9일 개봉)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 누아르라면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찾아 볼 수 없는 이 영화에 대해 김혜수는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가 아쉽다”고 콕 집어 지적했다.

“여성들이 좀 더 캐릭터적으로 밀도가 강화됐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감독이 놓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분량으로 봤을 때 상훈(이선균)이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영화는 초반부터 적나라한 과한 성 접대신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 영화 속 여성들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존재일 뿐이며 폭력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여성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연달아 등장한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만 해도 정재계 인사들의 성 접대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전이었죠. 사실 이런 장면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온전히 여성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각의 개념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 같아요.”

‘미옥’은 누아르로 포장한 겉과 달리 모성애와 치정으로 가득 찬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의 중반부쯤 주환(김민석)이 등장함과 동시에 현정의 모성애는 더욱 강화된다.

“제가 제일 견제하고 싶었던 지점이죠. 관객으로 하여금 모성 누아르라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현정 자체가 정상적인 모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죠. 굉장히 차갑고 무관심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설사 관객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해도 저는 그런 보편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현정은 오랜 시간 몸 담은 조직을 떠나 자유로워지길 원한다. 폭력, 권력으로 얼룩진 조직에서 하루 빨리 ‘은퇴’하고 싶은 마음뿐인 인물이다.

“현정과는 다르지만 실제로도 은퇴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호평을 받든 혹평을 받든 상관없이 그런 생각을 늘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어린 나이에 이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과연 내가 이 일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오래 했는데도(웃음).”

그렇다면 김혜수가 생각하는 ‘천생 배우’는 누구일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송강호와 전도연을 꼽았다.

“‘밀양’을 최근에 TV로 다시 봤어요. 사실 TV를 잘 안 보는 편인데 그 작품은 끝까지 보고 싶더라고요. 송강호와 전도연의 연기를 보며 ‘아, 이 배우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 움츠러들기도 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게 배우가 아닐까 싶었죠.”

말은 이렇게 해도 김혜수는 누구보다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배우다.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찾기 힘든 한국 영화계에서 매번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 ‘굿바이 싱글’(2016년) ‘차이나타운’(2015년), ‘타짜’(2006년) 등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제 능력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작품만 하려고 해요. 제게 역부족이다 싶은 건 엄두를 못 내요. 전작을 고려해서 차기작을 고르지도 않고요. 엄두를 못 낸 작품들이 흥행해도 ‘내가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절대 안 해요. 엄두는 안 났지만 욕심을 낸 작품이 단 한 편 있는데 그게 ‘타짜’에요. 화투도 전혀 몰랐고 정 마담의 소스도 빈약했지만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점점 다양성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영화계지만 아직도 여성 캐릭터가 ‘살아 있는’ 영화는 드문 실정이다. 김혜수는 “‘미옥’도 완전한 여자 싱글 타이틀롤에 걸맞는 영화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 영화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을 주축으로 한 영화는 드물다고 했다.

“포스터가 제 얼굴이고 제목이 ‘미옥’이니 저 혼자 다 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물론 ‘미옥’이 여성 영화에 근접한 형태를 가진 건 맞죠. 사실 이렇게 여성영화가 없는 게 새롭지는 않아요. 누아르를 대표하는 나라 홍콩도 여성 누아르는 거의 없죠. 물론 ‘케빈에 대하여’(2012년)는 여자의 감정과 변화를 따라가지만 그런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드물어요.”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큰 손' kt-'작은 손' 한화? 입장 바뀐 겨울

출제위원, 210만원 더 받는다…포항지진에 따른 수능 연기 때문

한반도 지진 공포 확산, 몰라서 '폭풍후회'하는 지진 보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