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영구 피임 난관수술, 미혼은 왜 못하나요

알림

영구 피임 난관수술, 미혼은 왜 못하나요

입력
2017.03.19 21:16
0 0

“실수라도 임신 원치 않아…”

20, 30대 여성들 문의 늘어

의사들 “아직 젊은데…” 퇴짜

“정 원하면 부모와 함께 오라”

전문가 “무턱대고 거부 말고

충분한 정보로 대안 유도를”

“제가 선택해서 수술을 하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는 거죠.”(20대 여성 A씨)

“다른 방법도 많은데 굳이 왜 이 수술을 하려는 거죠.”(산부인과 의사 B씨)

난자가 자궁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난관을 자르거나 묶는 불임수술 중 하나인 ‘난관결찰(卵管結紮)술’을 두고 20, 30대 미혼 여성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으니 수술을 해 달라’는 여성의 요구와 ‘미혼 여성들이 수술을 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사의 만류가 충돌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대 여성 강모씨는 최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얼마 전 ‘대한민국 출산지도’ 논란 등을 보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고, 영구적이고 확실한 피임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난관결찰술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문의 차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사는 일언지하에 수술을 거부했다. 해당 수술의 피임실패확률이 0.5~0.7%에 불과한 건 맞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수술을 해줄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정 원하면 부모와 같이 오라”는 의사 조언에, 강씨는 “(내가 하고 싶다는데)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여성들은 특히 무작정 안 된다는 의사들의 설명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평생 임신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여성에게 “미래에 배우자가 될 사람이 아이를 원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식으로 설득하려고 하거나, “아직 젊은데 아깝다”라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왜 수술을 하고자 하는 건지에 대한 여성의 생각이 우선 아니냐”면서 의사들의 말 속에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기계로밖에 보지 않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불만이다.

의사들은 막무가내로 수술을 요구하는 여성들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보통은 더 이상 아이를 원치 않는 기혼 여성들이 월경과 성기능에 영향 없이 피임을 원할 경우 선택하는 게 난관결찰술인데, 미혼의 젊은 여성이 해당 수술을 하겠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여성전문병원 의사는 “이 수술은 제왕절개술로 아이를 낳은 산모도 20명 중 1명꼴로만 선택한다”라며 “심지어 재혼 뒤 다시 아이를 갖고 싶어 복구수술을 하러 온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미래에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는데,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얘기다. 전신마취를 하는 만큼 위험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산부인과 의사는 “최근엔 다른 효과적이고 안전한 피임법도 많이 나온 만큼,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멀쩡한 피부에 칼을 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의사들이 상담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다른 대안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석주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물론 부작용이 없는 시술은 없지만, 난관결찰술은 그 중에서도 부작용이 큰 편”이라며 “영구 피임을 원하더라도 의사가 자궁 내 피임기구 삽입 등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