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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난민 위기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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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난민 위기의 해법

입력
2015.09.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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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난민위기 대응책을 놓고 유럽의 분열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2일 터키 물라시티의 휴양지인 보드룸 해안에서 그리스 코스 섬으로 향하던 3세의 시리아 난민 아이의 시신이 떠 밀려와 있자 한 경찰이 시신을 안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초유의 난민위기 대응책을 놓고 유럽의 분열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2일 터키 물라시티의 휴양지인 보드룸 해안에서 그리스 코스 섬으로 향하던 3세의 시리아 난민 아이의 시신이 떠 밀려와 있자 한 경찰이 시신을 안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국경에 7월 한 달 동안 도달한 이주자 수가 10만명이 넘었다. 세 달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이다. 8월의 한 주에만 2만 1,000명의 이민자가 그리스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은 여름 휴가를 보내려던 그리스 섬이 난민촌의 한복판이 됐다고 불평했다. 난민 위기가 야기하는 결과는 물론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 주 오스트리아 당국은 빈 인근에 버려진 헝가리 트럭에서 이주자 시신 71구를 발견했다. 그리고 올해 EU로 이주를 시도하려던 2,500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대부분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려던 이들이었다. 프랑스까지 넘어온 이민자들은 칼레 근처 천막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영불 해협터널을 지나는 화물 열차에 잽싸게 몸을 실어 영국으로 넘어갈 기회를 노린다. 바다를 건너다 죽는 이들처럼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도 일부는 떨어지거나 열차에 치여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난민 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전히 적은 편이다. 유럽에서 망명 신청이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인데 이주자 1,000명당 6명의 난민을 받아들인다. 이는 1,000명당 21명인 터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000명당 232명인 레바논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지난해 말 유엔난민기구(UNHCR)는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5,950만명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그 중 180만명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1,950만명은 난민이다. 나머지는 자국 내 피란민들이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으로 통합된 EU차원의 해법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사망하기 전 에일리와 티마의 모습. AP 연합뉴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으로 통합된 EU차원의 해법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사망하기 전 에일리와 티마의 모습. AP 연합뉴스

난민이 가장 많이 생기는 나라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다. 리비아,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점점 더 많은 난민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정부의 탄압을 피해 미얀마를 떠나는 이슬람교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

분쟁과 빈곤에 찌든 나라를 떠나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다. 그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일부 대담한 사상가들은 국경을 허물자고 주장한다. 지구 총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전 세계의 평균 행복지수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간의 통탄할 만한 속성인 외국인 혐오증 기질을 모른 척하는 주장이다, 외국인 혐오증이 어느 정도인지는 유럽 극우파 정당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현상만 봐도 너무나 분명하다.

그리 오래지 않아 어떤 정부도 모든 이주자들에게 국경을 열지 않을 것이다. 세르비아와 헝가리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다. 현재 26개 유럽 국가들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솅겐 지역 내의 출입국 관리를 원상태로 복구하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그들을 봉쇄하려 할 게 아니라 자국보다 덜 부유하면서도 엄청난 수의 난민을 돕고 있는 나라들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레바논, 요르단, 에티오피아, 파키스탄이 대표적이다. 자국과 인접한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난민들은 목숨을 무릅쓰고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덜하다. 이들은 분쟁이 해결되면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난민 지원 부담이 큰 나라들을 국제적으로 돕는 건 경제적으로도 이치에 맞는 일이다. 난민 1명당 연간 지원금은 요르단에서 3,000유로(400만원)인데 독일에서는 최소 1만2,000유로(1,600만원)가 든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으로 통합된 EU차원의 해법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난민 인권을 위한 시위 중 시민들이 에일란의 모습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3세 시리아 난민 아이의 비극으로 통합된 EU차원의 해법마련이 시급해진 가운데 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난민 인권을 위한 시위 중 시민들이 에일란의 모습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우리는 유엔난민협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 협약은 많은 이들에게 성스러운 불변의 텍스트다. 1951년 체결된 이 협약은 원래 그 전까지 유럽 내에서 이주한 난민들만 대상으로 했다. 협약 조인국은 자국에 도착한 난민이 이민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여기서 난민의 정의는 이렇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그룹 멤버, 또는 정치적 의견’으로 핍박 받을 것이라는 공포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려 하지 않는 사람들. 1967년 시간과 지리적 조건이 삭제되면서 이 협약을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숭고한 결정이었으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제기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로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왜 난민 캠프에 있는 사람들이나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보다 우선권을 갖는가.

부유한 국가들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책임이 있다. 많은 나라들은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 난민보다 더 많이 수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하지만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사위원회와 법정이 유엔난민협약에 따른 난민과 더 잘사는 나라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이주하려는 사람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유엔난민협약 때문에 대체로 비양심적이고 때로 생명까지 앗아가는 새로운 밀입국업이 생겨났다. 인접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박해로부터 안전하고 부유한 나라들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난민 캠프로 보내진다면 밀입국과 이동 중 숨지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게다가 경제적인 목적의 이민자들이 망명이라는 방식에 솔깃하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부유한 나라들도 출입국 관리를 유지하면서 그 캠프들에서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책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은 아니겠지만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다. 난민들이 지금 겪는 혼돈과 비극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자기 나라에 어렵게 도달한 사람들을 쫓아버리는 건 인정상 어려운 일이다. 그들을 안전한 피난처로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난민 캠프에 대기 중인 수백만 사람들도 딱하게 여겨야 한다. 또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ㆍ윤리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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